세계가 반한 지퍼팩… 포장업계 ‘넘버 원’
기업의 성공스토리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CEO의 능력과 참신한 아이디어, 독특한 경영이나 마케팅, 조직관리는 물론 내·외적 요인들이 있다. 경기일보는 연중기획으로 성공했거나 성장하고 있는 경기도내 기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기업의 성공스토리가 기업인은 물론 독자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지퍼팩이라고 다같은 지퍼팩이 아닙니다. 주부를 감동시킨 지퍼팩입니다”
‘평소 잘하지 않던 아내의 부엌일을 도왔다. 요리에 사용했던 튀김가루 비닐 포장팩을 식탁에 놓을 때마다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또 넘어질때마다 포장팩에서는 어김없이 튀김가루가 식탁에 떨어졌다. 지켜보던 아내가 한심하다는 듯 윗부분이 길게 잘려진 포장팩 위에 익숙한 솜씨로 집게로 눌러 가루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 아내의 노하우에 머쓱해진 뒤 소파로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갔다’
뉴팩코리아㈜ 변희수 대표가 2002년 지금의 성공기업을 시작한 동기다. 변 대표는 주부들이 일상적으로 포장팩 윗부분을 길게 가로로 열거나 대각선으로 잘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불편을 덜어 줄 수 있는 제품에 푹 빠졌다. 실 사용자인 아내에게 실용성이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 곧바로 같은 교회에 다녔던 송철종 이사에게 설명한 뒤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이던 설탕, 조미료 등을 담는 포장팩은 일본에서 만든 가로형 지퍼가 대세였다. 그러나 필요한 만큼 내용물을 조절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고 공기가 차단되지 않아 조금만 사용해도 내용물이 변질되기 일쑤였다.
변 대표를 비롯 3명은 ‘일단 사고부터 쳐보자’라며 대각선 지퍼팩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포장재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전무했던 변 대표에게 신제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송 이사가 포장재 관련 회사에 근무해 약간의 지식·경험은 있었지만 엔지니어도 아니었다. 모양도 그러거니와 자본, 기계 개발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였다.
군포시 당동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3명이 먹고 자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1년을 보냈다.
자금도 없이 시작한 연구가 시간을 끌면서 힘들었지만 끈기와 기다림에 대한 보답이 왔다. 우여곡절 끝에 대각선 지퍼팩이 탄생해 1년6개월만에 신제품을 만들었다.
바로 변 대표는 포장재 샘플을 국내 기업들에게 발송, 홍보에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삼양사 관계자가 변 대표를 찾아왔다.
대각선 지퍼팩이 가진 장점을 알아봤던 것이다. 면담 첫날 계약을 체결한 삼양사는 ‘큐원’ 설탕을 뉴팩코리아의 대각선 지퍼팩에 담아 판매에 들어갔다.
아내의 튀김가루 보관 노하우서 아이디어 얻어
사용자 편리성 고려한 ‘대각선 지퍼팩’ 개발
기발한 제품·기술력에 인도 등 세계서 러브콜
“道 지원 UT이노베이션 선정… 美시장 도전장”
여기에는 대각선 지퍼팩의 가로형 지퍼에 비해 지퍼가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비용이 절감되는 이점도 작용했다. 생산자 입장에선 원재료 투입량이 절감돼 원가를 줄일 수 있고 주부의 입장에서는 쏟아지지 않고 변질되지 않은 지퍼팩에 대한 인기도 올라갔다. 시장 진입이 고민이었던 변 대표와 효율적인 포장재 사용이 필요한 삼양사의 뜻이 맞아 대각선 지퍼팩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소문이 퍼지면서 뉴팩코리아㈜의 대각선 지퍼팩은 현재 설탕, 부침가루, 튀김가루, 밀가루, 미원, 고춧가루, 동물사료 등 30여개 기업에 납품되면서 포장팩 시장을 점령하고 있다.
■ 좁은 국내시장보다 해외로 나가자
뉴팩 코리아의 성공은 세계 시장 공략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포장재 기업의 특성상 국내수요로는 발전 가능성이 적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특허’에 대한 변 대표의 남다른 감각도 지금의 뉴팩코리아를 만들어낸 숨은 힘이 됐다. 그냥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지만 작은 아이디어라도 특허 제도가 가지는 잠재력이 무한하기 때문이다. 특허는 재산이고 새로운 수익원 발굴의 원동력이라는 게 변 대표의 생각이다. 이런 생각에서 변 대표는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16개국에 특허를 받거나 심사 중에 있다.
우리나라의 로열티 수지 적자액이 42억3천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변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그러나 특허를 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순조롭게 국내 특허는 출원했지만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는 특허 출원 과정은 보통 5~6년이나 걸리는데다 뉴팩코리아로서는 적지 않은 투자금액이 들기 때문이다.
송철종 이사는 “특허를 내는 과정은 참으로 어렵고 긴 시간이었다”면서 “수출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씨뿌리고 인내하는 기다림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기다림 속에 2009년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제품 출시 1년만에 얻은 국내 시장의 호응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공략은 새로운 곳에서 시작됐다. 2009년 경기도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가 마련한 인도 뭄바이 수출박람회가 그 시발점이 됐다. 인도 Parikh Packing사에게 대각선 지퍼팩 기계 5대를 판매하는데 성공했다. 액수로만 1백만 달러어치인데다 3년간 독점판매권 및 로열티로 연 100만달러씩 추가로 받게 됐다.
제품을 개발한 뒤 해마다 해외전시회에 빠짐없이 참가하면서 제품 홍보에 주력한 것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또 2009년 4월 중국 상해전시회에서는 현지 우석기계회사와 라이선싱 계약을 맺었다. 50억원대를 웃도는 금액이다. 또 뉴팩 코리아는 각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중국 시장에 로열티를 받고 미국시장에 투자를 받아 제품을 수출하고 동남아에는 기계를 수출하는 등의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변 대표는 “처음부터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에 주목했다”면서 “해외 홍보활동에는 많은 투자금액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 해외시장만이 우리의 살길 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미국 시장 진출에도 교두보를 마련했다. 도내 중소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경기중기센터와 미국 텍사스주립대학이 함께 진행중인 경기도-UT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의 최종업체로 선정돼 송 이사는 미국 현지에서 2주간의 훈련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미국측 파트너를 소개받는 등 미국 시장 진출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변 대표는 “올해부터 미국 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미국 설탕제조업체 2위인 ‘Imperial Sugar’의 제품 포장팩으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웃지못할 에피소드도 있었다. 지난 2008년 시카고에서 열린 박람회에 참여한 후의 일이다. 갑자기 미국에서 업체 관계자들이 직접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는데 정작 박람회에 참가했던 직원들은 미국 업체 관계자들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 이사는 “전문적인 인력이나 기술 없이 박람회에 참여하다보니 미국 업체 관계자들이 왔다갔는지도 몰랐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미국 업체에선 우리 제품을 상세하게 알고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 2009년 10억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0억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뉴팩코리아의 매출이 아직은 미니기업이지만 수출길이 열리면서 매출액은 크게 신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신제품 개발만이 살 길이다.
그렇다고 대각선 지퍼팩만 믿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세균차단 위생모유저장팩을 개발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외국산 모유저장팩이 걸지도 세우지도 못하면서 손을 타 위생도 불량하다는 점에 착안, 위쪽 가운데 구멍을 뚫어 걸 수 있게 했다. 또 모유저장팩은 모서리 지퍼쪽 투입구와 모유를 붓는 유출구를 분리했다.
팩이 냉장실 바닥에 닿지 않게 위생적으로 보관할 수 있고 다시 젖병에 따를 때는 대각선 지퍼의 옆 점선 부분을 자르도록 함으로써 이미 만졌던 대각선 지퍼부분을 다시 사용할 필요가 없어 세균 감염 우려도 없앴다. 또 핸들 대각선 지퍼 팩 위쪽에 손잡이가 달려있는 핸들 대각선 지퍼팩도 내놓았다. 주부들이 3kg, 5kg, 10kg 등 무거운 포장제품들을 힘들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고 설탕을 담는 M자형 사각 팩도 곧 양산될 계획이다.
뉴팩코리아는 연구소 설립도 추진중이다. 작지만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승부, 세계 포장재 시장의 1위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김동식기자 dsk@ekgib.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인터뷰 변희수 대표이사
“끊임없는 기술·제품개발 성공 밑거름”
변희수 대표는 현재의 뉴팩 코리아를 만든 원동력은 아이디어와 끊임없는 기다림, 노력이라고 정의했다.
뉴팩 코리아의 대각선 지퍼팩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것을 특허까지 내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 대표는“각종 국내외 제품전시회에 뉴팩코리아의 제품을 보는 분들이 ‘나도 생각해 봤는데….’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이분들의 말처럼 성공한 제품 상당수가 간단한 아이디어이지만 그 속에는 수없는 시행착오와 좌절 그리고 희망이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변 대표는 벤처기업에 뛰어든 기업인들이 성공을 위해서는 2%의 인내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힘들지만 인내하고 시행착오를 이겨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 또 1차 성공한 뒤 자만하지 않고 초창기의 노력만큼 끝없는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 번듯한 연구소나 수십명의 석·박사 인력도 없는 미니기업이지만 자기기술이 없으면 어느 때 퇴출될지 모른다는 심정으로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매달리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변 대표는 창업이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는 창업준비생들에게 “처음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시장성이 있는지, 어떻게 팔아야할지, 필요한 자금은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 세가지였다”면서 “사전에 철저한 준비만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조언했다.
또 “경기중기센터 등 관련 기관들의 지원도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됐다”면서 “가능성 있는 업체들을 더욱 발굴,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동식기자 dsk@ekgib.com
■경기중기센터 올해 사업계획
G-FAIR·구매상담회 등 개최
도내 기업 해외 신흥시장 진출
온·오프라인 마케팅 지원 강화
경기도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이하 경기중기센터)는 일자리 창출 및 글로벌 기업 육성을 올해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한 경기중기센터의 분야별 주요 사업을 소개한다.
■ 마케팅 지원
온·오프라인마케팅 지원이 지난해보다 더욱 강화된다.
우선 경기중기센터는 중국, 인도 등 신흥 거대시장을 대상으로 한 G-FAIR 사업을 수차례 개최하는 한편 구매상담회도 수시로 개최, 도내 기업들의 수출 발판을 마련한다.
또 EU, ASEAN 등 FTA 체결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참가하며 통상촉진단 파견 규모도 지난해보다 확대한다.
아울러 온라인 마케팅도 활성화한다. 자체 온라인 마케팅사이트를 통해 해외쇼핑몰 판매대행, 온라인 비즈니스서식 제공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미국 LA에 섬유마케팅 센터를 설립, 섬유산업의 해외 진출 거점을 구축한다.
■ 기술사업화 지원
시험분석, 금용제작 등 단위사업별로 1천만원 한도에서 지원되는 e-패밀리클러스터 사업이 올해도 이뤄진다. 도 G-신제품개발센터를 통한 디자인개발지원 물량을 지난해보다 확대하는 한편 G-창업스쿨 등 단계별 맞춤형지원정책도 이뤄진다.
북부특화(가구섬유)산업 지원을 위해 특화산업분야 디자인 지원이 올해 처음으로 40개사를 대상으로 추진되며 투자조합(펀드) 운영을 통해 우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우회적 지원도 병행된다.
■ 인력·교육지원
미취업자에 대한 맞춤형 인력양성 지원과 중소기업의 재직자 역량강화를 위한 직무능력 개발 지원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를 위해 경기중기센터는 해외마케팅 전문인력 양성 지원을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려 105명의 전문가 배출을 목표로 잡았다. 또 북부지역 기업을 위해 찾아가는 수출학교를 운영, 무역실무위주의 실습교육을 실시한다.
이밖에 신용회복 대상자, 제대군인, 청년,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취업지원을 위한 알선 사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 현장중심 애로지원
신규사업인 비즈-네비사업 추진이 눈길을 끈다. 서부지소를 중심으로 서부권역의 대학이 산학관협력클러스터를구성, 시흥·김포·광명의 대표업종 및 발전가능성을 가진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또 포천의 경기제2기업지원센터, 시흥의 서부지소,안성의 남부지소 등 권역별 거점센터를 통해 찾아가는 현장기업서비스도 제공된다.
이밖에 기업SOS지원센터, 경영닥터건설팅, 경영정보 제공 등 기존의 서비스도 그대로 유지된다.
김동식기자 dsk@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