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꿈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새들의 꿈에서는 나무 냄새가 난다’. 시인 마종기의 시집 제목이다. 꿈에서 냄새가 날까? 사전을 찾아보았다. 냄새는 첫째, 코로 맡을 수 있는 온갖 기운. 구수한 냄새, 반찬 냄새 따위가 이것에 해당한다. 둘째, 어떤 사물이나 분위기 따위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성질이나 낌새를 말한다. 사기꾼의 냄새가 난다거나 형사가 직감으로 범인의 냄새를 맡는다는 표현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단순히 코를 통해 감지되는 감각 이상의 것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사람이 꾸는 꿈에서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우리의 꿈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2011년 희망찬 꿈을 다지며 시작한 새해도 어느새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저마다 꿈을 이루려 마음을 다잡고 주위 사람들에게 덕담도 나누던 나날이다.

 

꿈은 인류역사 발전 원동력

 

꿈을 이루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인류 역사를 발전시키는 큰 힘이 되었고, 우리는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개봉 이후 34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는, 관객들의 요청으로 12월 중순 재개봉한 이래 거의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가난하고 병든 현지인들을 위해 헌신적 삶을 살다가 48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이태석 신부에 관한 내용이다. 이태석 신부의 평생 꿈은 ‘가난한 이들의 친구’였다고 한다. 이 신부의 꿈에서는 인종과 종교를 초월한 사랑의 냄새가 짙게 묻어 나온다. 그 냄새는 좀처럼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인순이가 불러 인기를 모은 노래 ‘거위의 꿈’에서는 헛된 꿈이 독이 되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 해도,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맞서서 싸우는 강인한 설중매(雪中梅)의 향기가 맡아진다.

 

금메달 지상주의가 지배적인 스포츠 분야에서도 최근 아름다운 꿈 냄새가 감지되었다. 5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출중한 실력에 비해 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던, 잊혀졌다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한 20년.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규혁의 이야기다. 지난 24일 네덜란드 헤렌벤에서 열린 세계 스프린트 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통산 4번째 정상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한 그는 다시 2014년 소치 올림픽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의 꿈 냄새는 깊은 산 속에 핀 야생화 냄새 같다.

 

우리를 서글프게 만들 때도 있어

 

그러나 꿈이 현실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지 의미 있는 꿈이 잘못된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헛된 꿈들이 우리를 서글프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냄새가 좋지 않은 꿈들이 그렇다. 정부 각료로 임명을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청문회에서는 썩 좋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관료로, 정치가로, 혹은 학문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가던 이들이 부동산 투기, 탈세, 병역 기피 등 각종 의혹의 당사자가 되는 장면. 야당의 정치공세로 더하는 세기를 빼고 봐도 매번 비슷하다. 입각 후 펼칠 정책적 포부와 국민을 위한 꿈들을 이야기하지만 왠지 그 분들의 꿈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상급식과 복지정책을 둘러싼 정치권의 줄다리기에서는 정조가 꾼 평등사회, 대동문화의 꿈에서 맡아지는 어머니의 아늑한 냄새가 아니라 그저 표 냄새만 진동한다. 얼마 전, 새만금 방조제를 둘러보았다.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라고 한다. 방조제 위를 달리며 인간의 의지와 꿈이 이렇게 대단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그 사실이 오히려 두렵게 느껴졌다. 인간의 욕망이 과연 어디까지 닿을까. 새만금에 담긴 꿈이 개발 이익을 셈하는 돈 냄새로만 맡아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다. 올 한 해를 마감할 때 내 꿈에서는 어떤 냄새가 날까, 새해 첫 달에 상상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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