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들이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이일훈 著, 사문난적 刊
생태건축가 이일훈씨 에세이집 자연과 사람 ‘상생의 가치’ 일깨워
한 걸음만 나서면 바다가 펼쳐지니 해변에 짓는 집 창문은 넓게 트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훤하게 트인 방도 좋지만 집 어딘가엔 숨어서 울 수 있는 곳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자연재료로 근사하게 지은 생태건축보다는 오히려 작은 집을 짓는 게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불편한 집, 느리게 사는 집을 주장하며 ‘채나눔의 건축’을 실천해온 건축가 이일훈씨가 에세이집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사문난적 刊)를 펴냈다.
‘다른 생각, 그러나 다투어야 할 생각’이란 부제에서 보여지듯, 이 책은 줄곧 일상의 통념에 시비를 건다.
인공의 구조물을 만드는 게 건축가의 일이지만 그는 인공조림보다는 못생긴 자연숲이 좋다고 말한다. 국토가 좁으니 개발을 많이 해서 토지이용률을 높이자는 논리에 맞서, 땅이 좁으니 되레 녹지를 많이 만들어서 보존 가치를 높이고 최소한의 면적만 고밀도로 활용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그의 사고는 ‘다르게’란 말에 집약돼 있다. 예컨대 비무장지대를 보면서 “우리가 수십년 동안 총을 들고 있었던 이유는 동족을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연을 지키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다름만이 건축과 환경을 통제와 소유의 대상으로 바라본 자본주의적 사유체계를 벗어나는 길이라는 의미다. 또 그는 분재·괴석을 수집한다며 불법채취를 마다지 않는 애호가들과 전국의 시장·군수들에게 ‘속죄박물관’을 짓자고 제안한다. 자연에 해를 끼치며 만들고 모은 모든 것을 종류를 가리지 말고 기증받아서 전시하자는 것이다. 책은 월간 ‘숲’에 연재했던 글을 모아 엮었다. 값 1만3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