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명물을 찾아서> 경기대 디자인비즈 특성화학과
디자인(design)은 라틴어 디시그나레(designare)에서유래됐다. 디시그나레란 ‘계획을 기호로 명시하다’라는 뜻으로 창의력을 발산해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가리킨다. 어원을 따져보면 디자인은 설계·계획·기획의 개념까지 아우르는 셈이다. 경기대학교 디자인학과는 이점을 주목한다. 디자인의 핵심은 스타일링이 아닌 창의적·전략적 사고에 있다고 보는 것. 상품 및 기업 경쟁력 확보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급기야는 디자인과 비즈니스를 융합한 신(新) 학문 디자인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이름하여 ‘디자인비즈(designbiz)’다.
지난 2006년 시각정보, 산업, 장신구·금속 디자인학과 등 3개 디자인학과가 특성화 학과로 선정됐다. 경기대를 대표하는 교내 유일의 특성화 학과다. 디자인비즈니스를 통해 ‘팔리는 디자인’을 고민한 덕이다. 이에 대한 담당 교수와 학생들의 자부심은 물론 대단하다. 그러나 대표 학과라는 데 자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할 만한 학과라는 데 대한 자부심이다.
■ 우수학과에서 대표학과로, 수년 준비 결실
디자인학과는 지난 2001년 디자인계열 대학 학문평가에서 6개 중 5개 영역이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우수 디자인학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셈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생겨난 것이 디자인비즈니스다. 2003년 디자인비즈니스 교육의 특성화 계획을 세워 관리 및 경영자형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을 개발, 2006년에 특성화학과로 선정되면서 교육기반이 조성됐다. 그리고 2008년 이들 프로그램을 실시, 7년여의 결실을 맺었다.
디자인비즈는 기존의 디자인학이 심미적인데만 집중하던 것에서 탈피, 구매대상과 트렌드, 성별과 소득수준 등을 고려해 구매력 있는 디자인을 가르치고자 한다. 이에 따라 정규 수업외에도 광고회사 경영자 등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실무적인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장신구 디자인 트렌드 분석을 위해 실제 디자이너가 찾아와 인기있는 모양부터 고객층 분석, 적합한 가격까지 학생들과 ‘디자인’하는 식이다. 과거 ‘예쁘면 잘 팔린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벗어나 디자인의 개념을 재정립한 셈이다.
박준오 장신구·금속 디자인학과 교수는 “디자인은 제품을 만드는 데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제품의 설계, 계획 및 기획의 의미까지 포괄한다”며 “디자인비즈는 기존의 교재위주로 단편적이던 실무교육에서 탈피해 넓은 의미의 디자인을 가르치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 적합한 인재발굴, 입학사정관제 실시
디자인비즈가 비즈니스 영역까지 아우르면서 미술학원에서 수년간 그림만 그리다 온 학생들 가르치기가 어려워졌다. 실기능력은 뛰어났지만 창의성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 적합한 인재를 선정하는데 골머리를 앓다 찾아낸 돌파구가 입학사정관제로, 올해 처음 ‘디자인비즈특성화 입학사정관전형’을 실시했다.
제품 제작뿐 아니라 기획까지 교육
경영 능력 갖춘 ‘멀티 디자이너’ 양성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신입생 선발
실기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중요시
이번 전형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실기보단 가능성’이다. 기본소양과 지적능력, 무엇보다 잠재력을 보기위해 아이디어에 대한 점수를 높였다. 물고기 사진을 제시한 후 환경보호 포스터 아이디어를 내도록 하고 종이컵의 재활용 방안을 모색토록 했다.
보통 5시간씩 걸리는 실기시간을 대폭 줄여 1시간동안 아이디어에 대한 스케치와 설명을 하도록 했다. 디자인비즈라는 신학문에 적합한 인재 선발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셈이다.
■ 가르침은 대학에서, 예비학교 운영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된 학생은 총 36명. 아이디어가 뛰어난 학생 위주로 뽑다보니 실기능력은 종전에 비해 떨어졌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학교에서 마련한 것이 예비학교다. 예비학교에선 미술학원이 해오던 실기능력 배양을 담당하고, 뽑고 나서 관리 않는 입학사정관제의 단점을 시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달 7일부터 18일까지 2주동안 디자인비즈 예비학교가 운영됐다.
‘대학에 들어와 필요한 기본 소양에 대한 선행학습’이라는 다소 딱딱한 설명과는 달리 참여 학생들은 신나보였다.
지난달 찾은 예비학교는 학교보다는 놀이터였다. 잡지책을 수북히 쌓아놓고 4~5명씩 짝지은 학생들 사이를 초청강사가 돌아다니며 학습 방향을 지시했다. 디자인의 원리를 공부하기로 한 이날 학생들은 잡지를 오리며 색체와 구도를 탐구했다. 한 학생이 화장품 광고를 가리키며 “리듬감이 있지만 통일성은 다소 떨어진다”고 의견을 내놓자 다른 학생들이 끄덕이며 또 다른 의견을 내 놓았다.
5개월여 미술학원에 다녔다는 박효빈양(19)은 “학원에서는 색깔과 방식 등 뭘 어떻게 그려야 할지까지 기계처럼 가르쳐줘 생각할 틈이 없다”며 “기초부터 배우면서 내 의견을 스스로 말하니 훨씬 즐겁게 많은 것을 배우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디자인학과에선 종합적 기획능력을 갖춘 디자이너 양상을 위해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고 한다.
박용원 시각정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입시제도를 수년간 고민하다 입학사정관제를 시행케 된 것으로 모험을 시작한 셈”이라며 “경영마인드까지 갖춘 디자이너를 키워내도록 최대한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경기대 인재개발원 장서원씨
“외롭고 힘든 시험준비에 도움됐으면”
국가고시실 관리하며
학생들 친동생처럼 챙겨
경기대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공부방으로 통째로 마련된 공부방이 있다. 일명 공직진출반이다. 방학기간에도 열심인 학생들 열댓명이 시험공부에 몰입하는 가운데 이곳을 관리하는 교직원이 들어서자 눈이 마주친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한 학생은 일부러 휴게실로 와서 교직원에게 애교섞인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인재개발원 경력개발교육팀 장서원씨(27·여)는 지난 9월부터 공직진출반과 고시시험 준비생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국가고시실을 관리하고 있다. 장씨가 하는 일은 시설 및 학생관리 등 행정 업무지원이다. 그런데 장씨와 시험준비생들의 모습은 교직원과 학생보다는 흡사 선후배 관계같다. 장씨가 하루가 멀다하고 들르며 학생들의 상태를 체크, 힘들어 보이는 학생에게는 힘내라는 문자를 보내주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다독이다보니 가까워졌다.
“시험 공부라는 게 외롭고 힘들거든요”
사실 장씨는 영어교육학을 전공, 교직원으로 근무하기 전 교사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렀다 떨어진 경험이 있다. 대학 근처에서 자취하며 혼자 시험공부를 하던 시절, 홀로 고된 시간을 겪어온 장씨는 학생들이 조금 덜 힘들길 바란다. 우울해보이는 학생에게 말을 걸고, 한명한명의 이름을 모두 외워 부르기 시작한 것은 그래서다. 수개월간 그러다보니 이제 학생들이 상담을 자청하고, 문자로 고맙다고 안부인사를 전하기도 한다.
“처음에 도전하는게 두렵고 수험생활은 힘들지만, 합격여부와 관계없이 자신을 갈고 닦으며 수많은 것들을 느끼는 성장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자신이 꼭 그랬다는 장씨는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싶다면 언제든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성보경기자 boccu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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