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개도' 의 손과 발이 된 집배원… 생활도우미에 기상캐스터, 농기계 수리까지
여수에서 뱃길로 22킬로미터 떨어진 섬 '개도'.
이 섬에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 65세 이상의 고령자가 대부분이다.
독거노인과 결손가정이 많은 지역인데다 버스나 택시도 다니지 않는다. 이곳에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 이중열(42)씨는 이곳 주민들의 유일한 버팀목이자 희망이다.
이 씨는 말만 집배원이지 주민들을 위한 생활도우미, 기상캐스터, 농기계 수리공 등을 자처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생필품을 대신 사다주고, 아플 때에는 자신의 차량으로 보건지소에도 데려다주기도 한다. 또 월급을 쪼개 소년가장에게 쌀과 학용품을 사서 챙겨주고 있다.
이 씨는 나이가 많아 인터넷을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농사와 어업, 건강과 관련된 정보를 찾아 알려준다.
특히 이 집배원은 농기계 수리에도 일가견이 있다. 섬이기 때문에 고장이 나도 수리가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농기계도 고쳐주고 있다.
이씨는 "빚에 허덕이다 우연히 집배원이 됐다.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10년째 이곳에서 매일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어 주민들과는 이웃처럼 지낸다"면서 "다른 사람이라도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겸손해했다. 개도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2시간 걸어가야 하는 보건지소를 밤낮으로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 데려다주는 등 이 지역 주민들의 손과 발이 돼 준 집배원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전남체신청에 관련 글을 올렸다.
집배원 이중열 씨는 오는 28일 나눔문화재단이 주는 서담상을 수상했다.
서담상은 사회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일을 하는 일꾼을 찾아 격려해주는 상으로, 청소년을 위한 나눔문화재단에서 지난해부터 시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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