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爐(화롯 로) 뻗어 가는 글로벌기업
용해·소각·금속열처리로 등 ‘공업로’ 전문제작·시공
모든 것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무한경쟁 시대에 무엇보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기업이 있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최고의 직장환경을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지난 1995년 설립된 ㈜PKG가 그 주인공이다. 시흥시 시화공단에 위치한 PKG는 용해로, 소각로, 소성로, 소둔로, 금속열처리로 등 공업로 전문제작, 시공 및 내화물을 판매하는 업체이다. PKG는 로의 설계부터 자재, 시공, 관리 등 모든 것을 패키지(package)로 토털서비스한다는 뜻과 함께 정광윤 대표이사의 고향인 부산(Pusan)에서 한국(Korea), 더 나아가 세계(Global)로 뻗어나간다는 뜻까지 담고 있다.
■ 고객과의 신뢰로 다져온 외길
엔지니어 출신으로 한 기업의 공장장을 맡고 있던 정 대표는 기업이 2세 체제로 넘어가면서 세력교체와 함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세라믹공학을 전공하고 로 관련 업체에서 꾸준히 종사해 다방면에 많은 인맥을 다져놓은 정 대표는 퇴직금 3천만원으로 안산의 한 상가에 8평짜리 사무실을 얻어 직장후배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로보수작업부터 내화물 교체 등 큰 시설 필요없이 오로지 기술과 인맥으로 사업을 이어갔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은 직접 설비를 부탁하는 등 요구가 늘어났고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창업 8년만인 2003년 시화공단 내 총 3천305.8㎡(1천평) 규모의 1, 2공장을 세웠다. 2006년에는 중국 현지법인까지 설립해 해외로 진출했다.
정 대표는 “로 사업은 전자제품처럼 똑같은 물건을 미리 만들어놓고 고객에게 사라고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설치할 곳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우선 고객과 만나 맞춤형 설계부터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신뢰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그 신뢰는 기술적인 믿음과 인간적인 정직성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이래 꾸준한 기술개발을 지속해온 PKG는 로 내부 내화물 침식과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산화납을 규사와 함께 녹여 인체에 무해한 규산연을 만드는 규산연 로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실용화했다. PKG의 규산연로는 내화물의 침식을 감소시켜 유지비와 에너지 절감은 물론 로의 수명을 연장시켜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에는 포스코 계열사 삼정피앤아이의 알루미늄 전처리 설비를 준공했다. 이는 알루미늄 폐스크랩을 용광로에 원료 그대로 장입하는 기존 공정방식을 탈피, 저가원재료 사용량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적용해 연간 30억원의 원가 절감과 40% 생산량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같은 노력으로 PKG는 지난 2006년에는 열사용 기자재에 대한 설계, 개발 생산 및 설치와 내화물·단열재의 판매·시공에 대해 ISO14001 인증을 받았다. 또 같은 해 중소기업청으로부터 경영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선정됐으며 2007년에는 경기도로부터 유망중소기업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중소기업청에서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 인증을 받는 등 나날이 확고한 위치를 다져가고 있다.
안전성 으뜸 ‘친환경 규산연 생산로’ 국내 첫 개발·실용화 성공 밑거름
열사용 기자재 ISO 14001 인증·중기청 경영혁신中企·道유망중기 선정 등
탄탄한 기술력으로 창업 8년만에 중국 진출… 올 매출 130억 장밋빛 전망
PKG는 기술적인 믿음과 함께 고객이 PKG에 대해 인간적인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고객 업체에 큰 불이 나 전 직원을 투입시켜 24시간 철야까지 하며 복구작업에 힘을 쏟기도 했다. 고객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신뢰를 지켜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고객은 아직까지 PKG에 일이 생기면 달려올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맺어나가고 있다.
■ 늘 처음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PKG의 사훈은 ‘늘 처음처럼, 사랑과 도전, 그리고 번영’이다. 단골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던 정 대표의 눈에 그날따라 ‘늘 처음처럼’이라는 글귀가 쓰인 소나무 그림 액자가 들어왔다. 잘 되든 안 되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늘 처음과 같은 자세로 동료직원, 고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일에 대해 도전하자는 뜻이다. 이런 신조를 반영하듯 정 대표는 지금까지도 대표라는 직함과 관계없이 안전화와 작업복을 늘 착용하고 있다. 또 아직도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창업 초기 돈을 아끼려고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수정예 직원으로 구성된 PKG가 최소 2년에 1번은 신입사원을 뽑는 이유도 직원들이 늘 처음과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같은 일을 2년 이상 맡기지 않고 신입에게 업무를 맡긴 뒤 더 고차원적인 일을 하게 하는 것.
정 대표는 “누구든 입사할 때는 뽑아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지만 2~3년이 지나면 매너리즘과 회사에 대한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라며 “직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이다. 왜 처음처럼 하지 못하냐고 할 게 아니라 처음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작은 기업만의 강점이 있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청년실업자가 14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상당수 중소기업에서는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중소기업 기피 현상에 대해 정 대표는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취업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어디 가서 일을 하든지 자신이 한 만큼 대가는 꼭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은 수많은 입사동기 중에 소수만 승진하고 임원이 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처음부터 맡은 역할도 크고 그만큼 회사에서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며 “사장, 회사와 함께 동반자로서 같이 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PKG와 같은 중소기업의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 대표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PKG도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지원으로 공장을 설립한데 이어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로부터 각종 전시회 참가 지원, 최신 정보 업데이트 등 물심양면의 도움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보통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느라 각종 지원제도가 있는 것을 잘 모르는 CEO들이 많다”며 “경기이업종교류회 서부지회장과 시화첨단 벤처기업연합회 부회장 등을 맡으며 기업들에 이러한 정보를 적극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 작지않은 비전
PKG의 현재 목표는 5년 내 상장이다. 직원들 모두를 주주로 만들어주겠다는 것이 정 대표의 꿈이기도 하다.
지난 2009년 매출 62억원에 이어 지난해 90억을 달성하고, 올해 130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러한 목표는 무리없이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PKG는 지난해 전문기술 인력을 확보한 알루미늄 사업팀을 새로 구성하고 기존 팀들의 사업영역도 확장하고 있다. 또 중국 공장을 설립한 데 이어 일본과 베트남까지 수출을 넓혀가며 이름처럼 세계로 뻗어나가는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독특한 채용방법과 복리후생
신바람 나는 근무환경에 실적도 ‘高高’
입사하면 개인車·미혼직원엔 집 제공·1~2년내 해외연수·전직원 법인카드도
PKG의 복리후생은 가히 파격적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우선 전 사원에게 승용차를 제공한다. 영업직은 물론 사무실에만 있는 경리직까지 모두 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시화공단이 대중교통편이 좋지 않기 때문에 출퇴근을 쉽게 하라는 배려다. 기름값 등 유지비도 모두 제공된다.
이와 함께 미혼직원들은 사택인 인근 아파트로 입주가 가능하며 기혼직원에게는 회사 근처로 이사올 경우 2천만원의 전세자금도 지원해준다.
선진국 해외여행 기회도 매년 한번씩 주어진다. 스스로 여행스케줄을 짜서 자율적으로 여행을 즐기고 오면 된다. 단 ‘100년 이상 된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오기’와 같은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100년간 유지될 수 있는 비법을 배워오라는 것이다. 해외에서 실컷 놀고 오더라도 그 나라의 문화, 언어공부의 필요성 등 스스로 느끼는 점이 분명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전 직원에게 법인카드도 제공되며 자신이 담당한 업무는 자신이 판단해 결정할 수 있는 전결권까지 주어진다.
이쯤 되면 직원 한명 한명이 사장이라 할 만하다. PKG의 이같은 ‘사장 대우’는 같은 제품을 두번 만들지 못하는 로 제품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직원 한 사람이 고객을 만나 맞춤형 설계와 시공을 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현장에서 내리는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는 것이다. 직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무엇보다 최고의 직장을 만들겠다는 정 대표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복리후생은 회사 이익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지만 정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빚을 내더라도 직원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정 대표는 “일반적으로 투자할 때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하지 않나. 설비 투자하듯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PKG는 채용방식도 다른 기업과 차별화돼 있다. 서류와 면접전형이 끝난 뒤 지원자의 부모를 함께 만난다. 이력서와 면접 때 보는 얼굴, 말만으로는 신뢰갈 사람을 뽑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모를 통해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해 보는 것이다. 반대로 부모도 내 자식이 일할 회사가 어떤 곳인지, 상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 PKG는 대가족이나 조부모와 함께 사는 지원자를 우대한다. 곱게 자라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들이 많은 핵가족 시대에 대가족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자립심도 강하고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구예리기자 yell@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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