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柳의 ‘동상이몽’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동상이몽이 주목된다. 이들에겐 오는 4·27 재보선이 각별한 연유가 있다. 여권은 그냥 재보선이지만 야권은 내년 4월11일 갖는 제19대 총선의 시금석이며, 12월19일 치르는 제18대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이다. 4·27 재보선 가운데도 특히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를 두고 벌이는 치열한 두 대표의 단일화 샅바 싸움 또한 내년 대선의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둔 오월동주다.

 

손 대표는 자당공천의 김해을 단일화를 위해 텃밭인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공천을 내지 않기로 했으나 유 대표는 시큰둥하다. “민주당에 그 같은 무공천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순천 선거구에 상관없이 자당 후보의 김해을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해에 이처럼 서로 목매는 것은 친노의 세 규합을 위해서다.

 

두 대표는 유 대표가 취임 인사차 손 대표를 찾은 자리에서 서로 끌어안고 “우리는 하나다”라며 정권 교체를 위한 서로의 역할을 다짐했다. 이의 역할에 손 대표는 합당을 말했으나 유 대표는 연대를 말하면서 여전히 자당 후보의 김해을 단일화를 주장했다.

 

김해 보선에 거는 운명

 

앞으로 김해을의 야권 단일화가 어떻게 돌아가든 내년 대선에서 과연 야권 단일화 연대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손 대표는 이에 마음을 두고 김해 봉하마을을 찾곤 하면서, 유 대표에게 성심을 다하는 친노 정서를 쏟아 왔다. 그러나 친노도 분화돼 여러 갈래다. 민주당 내의 친노 그룹은 손학규, 정세균 등 지지파가 있고 민주당 밖에선 이해찬과 한명숙이 이끄는 시민주권모임 그리고 유시민의 국민참여당 등이다. 이토록 얽히고설킨 가운데 손·유 두 대표가 각기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대선후보 공천을 받는다 해도 진보진영 야권은 두 당만이 있는 게 아니다. 민주노동당도 있고 진보신당 등도 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앞뒀을 때다. 개헌으로 간선에서 직선으로 바뀌었을 적이다. 군부정권에서 민주화를 이끈 김영삼·김대중 민추협 공동의장의 단일화가 국민적 관심사였다. 두 사람은 똑같이 “단일화가 된다” 말했다. “단일화에 경선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시작되자 두 사람 모두 대통령 후보로 나섰다. 결과는 노태우에게 어부지리를 줘 두 사람 다 떨어졌다. 주요한 것은 두 사람이 무엇을 믿고 국민에게 단일화 가능성을 장담했냐는 것이다. 그 답은 이타(利他)가 아니고 이기(利己)에 있다. 즉 자신은 양보하지 않고 상대가 물러서는 단일화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이런 이솝우화가 있다. 돼지 열 마리가 강을 건너고 나서 무사히 다 건넜는가 싶어 저마다 헤아려 봐도 아홉마리밖에 안 되더라는 것이다. 자신은 빼놓고 헤아렸기 때문이다. 단일화엔 상대가 있다. 돼지산수식 셈이 되어선 불가한 것이 단일화다.

 

정치권의 단일화 실패는 계구우후(鷄口牛後), 즉 쇠꼬리보단 닭대가리를 쫓는 고질적 생리 탓이다. 일찍이 보수진영에서 성사되지 못했던 단일화가 내년 대선에서 진보진영이라고 성사될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것은 역시 계구우후의 병리 때문이다. “범야권 연대를 통한 승리로 개혁적 국정을 창출한다”는 것은 진보세력 단일화를 입에 담는 사람마다 하는 소리다. 하지만 단일화를 위해 밑거름이 되겠다는 사람은 없다. 저마다 자기가 주역이 돼야 한다는 생각들이다.

 

내년 대선 단일화 향방

 

그렇다고 진보세력의 범야권 단일화가 의문시되는 게 쌤통이라는 것은 아니다. 보수·진보, 진보·보수 어느 한쪽에서라도 단일화가 돼야 다른 쪽에서도 단일화 성사가 가능해진다. 다당제는 독재정치의 어용물이다. 참다운 민주정치 체제는 양대 정당이 이상적이다. 범보수·범진보, 범진보·범보수의 양대 정당이 병립돼야 정치발전 또한 촉진된다. 야권 단일화를 어렵게 전망하면서도 손·유의 두 대표 행보를 눈여겨 보는 이유가 이에 있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야권 단일화가 불발돼도, 보수진영이라고 다를 것은 없을 것이다. 보수세력 역시 단일화가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주요한 것은 이념정치가 아닌 민생정치가 정답이란 사실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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