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읽어주는 여자> 고요 속에 품은 시적 풍경

정선화 정구찬갤러리 관장 webmaster@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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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근 作 ‘마음 나누기’

화면의 조형성이 강조된 김만근의 작품은 시간여행을 떠나는 구도자에게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막대시계처럼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생겨나는 그림자와 마티에르의 흔적을 남겨둔 평면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휠씬 담백하다 못해 미니멀한 작가의 일면을 내비치듯 냉정하고 차갑게 느껴진다. 다양한 채색중심에서 색 사용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옮겨간 색채부분과 모티브에서 이같은 작가의 개성이 두드러지게 발견된다.

 

모노크롬 회화를 연상시키는 단일한 톤과 회색조 화면이 이를 대변한다. 때로는 화면에 마티에르만 강조된 전면회화(all over painting)적인 양식이 있는가하면, 이것을 이미지가 있는 풍경과 병치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비어있는 공간에 새를 놓아두는 시적 감성을 여전히 숨기지 않고 있다.

 

작품의 모든 재료들을 위해 자연석을 채취하여 그 분말로 그만의 독특한 화면 질감을 손수 창출해 내고 있는 김만근은 화면 속은 비록 외형적인 풍경이나 이미지의 인용에서 ‘서정성’이란 감성을 잊은 듯하지만 그의 시적 감흥은 여전히 그림의 화두다.

 

그 풍경 안에서 우리는 그의 고요와 흔들리고 있는 바람의 흔적도, 그의 예술가적 고뇌도 읽을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그의 이러한 시적 풍경은 시간여행을 위한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한편의 삶을 사랑하는 연가처럼 우리들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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