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벌 불치병’ 또… 양봉농가 위기

낭충봉아부패병, 올해도 확산 우려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기도내 양봉농가들이 운영을 재개하고 있으나 구제역이나 AI처럼 농업재해로 인정되지 않은 데다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경기도와 한국양봉협회 경기지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내 2천316개 양봉농가 중 830여 농가가 ‘토종벌의 불치병’으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며 전체 13만6천군(벌통) 중 1만4천여군이 폐사했다.

 

이 중 토종벌을 키우는 도내 토봉농가 950개 중 76%에 해당하는 720농가가 이상기온과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폐사 피해를 보면서 도내 양봉산업이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지난해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인한 피해를 입은 도내 양봉농가들은 구제역이나 AI처럼 농업재해로 인정되지 않아 개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도내 양봉 농가들은 올해 봄 전남지역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의 발생 소식에 전해졌으나 마땅한 백신이나 치료법 또한 개발되지 않아 양봉농장 운영을 계속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실정이다.

 

백신개발 지지부진 구제역처럼 국가보상도 없어

 

작년 도내 토봉농가 76% 폐사피해… 대책 시급

 

화성시 매송면의 A양봉농가는 지난해만 해도 1천여군의 벌을 키웠다. 하지만 낭충봉아부패병과 항공방제 피해 등으로 인해 올해는 개화기를 맞았지만 지난해 10% 수준인 100여군의 벌을 사육하고 있다.

 

특히 이 농가는 벌통을 관리하는 데 일년에 2천만~3천여만원이 소요되고 있으나 꿀 생산으로 인한 이윤이 관리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업종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대 5천여군의 벌통을 보유했던 A양봉농가 대표 전모씨(47)는 “벌통을 놓을 만한 마땅한 자리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근 낭충봉아부패병의 발생 소식까지 전해져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예방 백신에 대한 연구개발이 지지부진한 데다 소나 돼지 같이 재해 피해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아 양봉업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270여군의 벌을 키우던 시흥의 B양봉농가도 집단 폐사로 인해 올해 130여군의 벌만 사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인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백신은 세계적으로 없는 상황”이라며 “양봉농가도 재해에 따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으며 토종벌 육성 지원 및 밀원수 식재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원재기자 chwj74@ekgib.com

 

낭충봉아부패병 ?

 

꿀벌 유충(애벌레)에 발생하는 전염성 질병으로 바이러스(Sacbrood Virus, SBV)에 의해 감염되며 부화기부터 유충이 번식하는 봄에서 여름 사이에 주로 발생한다.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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