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년 만에 연매출 65억 고속 성장 水산물 가공 글로벌기업‘힘찬 항해’
철저한 검품관리와 배송시스템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수산물 유통기업인 남양씨푸드에서 고승천 대표를 만났다.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 위치한 작업장에서 만난 고 대표는 짧게 자른 머리에 작업복 차림이 생산라인의 여느 직원들과 다르지 않은 인상이었지만, 자신감에 찬 목소리와 경영 마인드는 현장 중심형CEO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 16년간 품질, 위생만을 고집
남양씨푸드의 시작은 지난 1995년 가락시장의 한 수산물 도매상점이다. 당시 고 대표는 학교와 병원, 산업체의 단체급식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2005년 문정동에 케이엔케이를 설립했으며 2009년 성남으로 사업장을 확장 이전, 단순한 수산물 유통에서 식품 소분, 제조, 운반, 판매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또한 식자재의 품질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회사설립 2년 만인 2007년 서울식약청으로부터 식품 위해요소 중점관리 인증(HACCP)을 받았다.
이후로 수산물에 대한 철저한 위생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분투해 온 결과 시장의 신뢰를 확보, 창업 당시 연매출 5~8억원 수준의 작은 회사에서 지금은 연매출 65억원 규모의 강소기업으로 성장했다.
이같은 성과의 저변에는 품질제일주의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그의 경영이념이 자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양씨푸드의 모든 식재료 처리 공정은 철저한 수작업을 거치고 있다. 다년간 숙련된 직원들의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최적의 신선도 유지를 위핸 냉동·냉장·해동 시스템을 도입, 공기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생산에서 출고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상태의 영양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제조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한 식재료의 품질상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매주 한번씩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위생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교육은 HACCP 팀장이 신문과 방송 등에 보도된 위생 관련 기사 등 교육자료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직원들에게 교육시키는 방식이다. 또한 HACCP 팀장은 식약청의 자문을 받는 위생교육 전문업체에 6개월마다 한번씩 연수를 보내 새로운 위생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고 대표는 “식품 사업은 청결에서 시작해 청결로 끝날 만큼 위생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내가 먹을 수 있어야 남들도 먹을 수 있다는 원칙을 직원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남양씨푸드가 상품개발 및 먹거리 안전을 위한 자체 연구소와 연구인력을 보유, 다른 수산물가공업체와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안전과 위생, 상품 개발 등에 매년 2~3억원의 비용을 연구개발비로 투입하고 있어 해마다 20~30%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가락시장 수산물 도매점 취업시절 현장경험 밑천으로 시작
철저한 위생·배송시스템으로 ‘신선도·청결’ 으뜸 업체 정평
“맞춤형 식품연구·개발… 하반기 해외시장 진출 채비 한창”
그는 인재를 뽑을 때에도 정직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고 있다. 정직한 사람에게서 정직한 식품이 나올 수 있다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그는 “회사가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기까지는 직원들 개개인의 노력이 컸다”며 “발주량이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솔선수범해서 위생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주었기 때문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젊은 시절의 실패, 가락시장에서 재기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듯, 현재의 남양씨푸드가 있기까지는 고 대표가 겪은 젊은 시절 실패의 교훈이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 고 대표는 지난 1995년 서울 가락시장에서 수산물 도매점포를 열기에 앞서 전북 군산에서 유통 대리점을 한 경험이 있다. 그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진주햄, 해태 등 주요 냉동가공식품 업체의 물량을 공급받아 중소형 슈퍼마켓 등에 납품하는 대리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주먹구구식의 거래처 관리와 유통시스템 가지고는 대기업의 탄탄한 시설, 유통 시스템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냉동유통에 있어 기본적 시설인 자체 냉동시설을 갖추지 못해 이른 시일 안에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음식이 부패해 폐기하는 일을 수도 없이 겪었다. 결국 대리점은 95년 4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고 대표는 “당시 30대 초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다는 마음에 자만심이 앞섰던 게 사실”이라며 “대기업과 비견할 만한 경쟁력이 없었다. 주먹구구식의 판매체계로는 시스템을 갖춘 회사에 밀릴 수밖에 없어 나중에는 스스로 패배를 인정해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패배의식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었고 새로운 도전은 기회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재기해야겠다고 다짐한 고 대표는 무일푼으로 고향을 떠나 서울의 가락시장을 찾는다. 그리고 활천유통이란 점포에 직원으로 입사해 수산물 유통에 관해 기본부터 배우기 시작한다. 고 대표는 이 과정에서 ‘장사’를 배우면서 취업한 지 1년 반만에 자체 수산물 유통점포인 남양씨푸드를 열게 된다. 또한 도매상점에서 일하면서 품질 좋은 수산물을 선별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 2004년 3월에는 가락시장 중도매인 자격을 취득하기에 이른다. 고 대표는 “가락시장은 나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준 곳이다. 비록 실패는 있었지만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을 잃었던 만큼 성취하는 일만 남았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 부가가치 창출, 해외 진출이 관건
올들어 남양씨푸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남양씨푸드는 최근 수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수산가공업 전체가 맞고 있는 위기의 타개책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수산물의 단순가공을 뛰어넘어 2차가공으로 사업 외연을 넓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그의 1차 목표이다. 고 대표는 “라면 하나를 먹더라도 소비자의 취향대로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소비자 스스로 스프에 첨가된 고추가루, 조미료, 미역, 채소 등을 선택해 첨가하거나 뺄 수 있도록 하는 등 맞춤형 식품을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이르면 올 하반기 해외 진출을 목표로 준비에 착수했다. 지난해 교보그룹의 수출입 업무를 담당해온 전문인재를 이사로 채용한 것이 그 시작이다. 남양씨푸드는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3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지원을 받아 남미를 방문, 현지진출 가능성을 타진한 바 있다.
고 대표는 “남미 시장은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 진출이 쉽지 않지만 남미 전체가 메르코수르라는 경제공동체로 묶여 있는 만큼 가능성이 다분한 곳”이라며 “단체 급식 등 우리가 가진 수산물 유통·제조관련 노하우를 현지에 접목하게 되면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사진=하태황기자hath@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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