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뱅킹·ATM 정지… 창구 업무만 가능 고객들 항의 빗발… 보상문제 놓고 논란 예고
농협 전산장애로 창구거래 등 전체 금융업무가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고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13일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5시10분부터 농협 전산망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인터넷 뱅킹을 비롯한 폰뱅킹, 현금자동인출기 서비스가 중단됐다.
농협은 전산장애 원인 파악에 나섰지만 13일 오전까지 농협 전산망은 복구되지 않았다.
특히 12일에는 은행 영업시간 뒤인 오후에 발생했기 때문에 창구 거래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까지 창구에서의 은행거래가 모두 이뤄지지 않으면서 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농협은 이날 낮 12시35분부터 창구 입·출금 등의 일부 거래가 우선 재개됐다고 밝혔다.
농협 창구에서 일부 거래가 재개된 것은 전산장애가 발생한 이후 약 20시간만이다.
전산장애 원인에 대해 농협은 IBM서버(중계 서버)의 장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해킹으로 인한 사고는 아니라고 밝혔지만 뚜렷한 장애 발생원인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못하고 있다.
농협은 이번 전산장애에 대해 전산상 문제가 생겨 IT관련 직원들이 보수작업을 하던 중에 내부와 외부를 중계하는 운영파일이 삭제되면서 사태가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농협 내부에서는 직원이 고의로 파일을 삭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고객은 어떻게 은행 거래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 한편 일부는 농협이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은 채 대책 마련도 없이 마냥 기다리라고만 한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농협 인계동지점에서 만난 한 고객은 “사업상 오늘 꼭 거래처에 1천만원을 송금해야 하는 데 거래가 안돼 손해를 보게 됐다”며 “농협 같은 대형 금융기관에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객들의 금융업무가 큰 차질을 빚으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이에 대한 보상문제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농협측은 이날 전산장애로 인한 고객들의 불편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고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하고 고객피해센터를 설치, 피해사례 접수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전산장애로 인한 피해 사실을 고객들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해보상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 관계자는 “아직은 사고 수습 및 복구에 주력하고 있어 자세한 피해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다만 유형, 무형의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은 지난해 2월6일에도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2시10분까지 자동화기기 2천여대의 서버가 다운돼 작동되지 않은 사태를 빚었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