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입지 갈등의 해법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둘러싼 지역갈등의 앙금이 가라앉기도 전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지를 둘러싼 지역갈등이 분출하고 있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의 통합 논의가 시작하면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고 본다면 LH본사 이전문제는 적잖은 세월 동안 이미 속으로 곪아 있었다. 통합을 추진했던 정부는 이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그 동안 손을 놓았던 부분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갈등이 예사롭지 않는 것은 정치적 폭발 에너지가 큰 영호남간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입장을 보면 진주는 일괄이전을, 전주는 분산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진주혁신도시의 기능군에 ‘주택건설’이 포함되어 있는 만큼, 주택기능이 중심인 LH는 통합의 의의를 살리기 위해 일괄 이전해야 한다는 게 진주 측 입장이다. 반면, 전주혁신도시의 기능군에 ‘국토개발관리’가 포함되어 있고 LH는 국토개발기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어 국토균형발전 측면에서 LH는 기획부서(사장포함)와 집행부서로 나누어 분산 입지해야 한다는 게 전주 측 입장이다. 여기에 여당은 진주 쪽을, 야당은 전주 쪽을 거들고 있다.

 

전문가의 객관적 평가 바탕

 

양측은 모두 설득력을 가지고 있고 지역발전 측면에서 양보하기 쉽지 않지만 솔로몬의 지혜를 반드시 찾아야 한다. 해법으로 전문가의 객관적 입지 평가를 바탕으로 양측 시민들이 숙의와 합의를 통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합의회의’ 방식이 어떨까 한다. 이를 위해선 네 가지 전제가 우선 합의돼야 한다. 첫째, 갈등의 과도한 정치화를 막기 위해 양 측은 합의제 방식으로 푸는 것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 둘째, 통합을 전제하지 않고 설정했던 참여정부 당시의 기능군 분류는 유효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통합에 맞는 기능분류가 새로 정해져야 한다. 셋째, 통합의 취지를 살리면서 경영개선을 이루기 위해선 LH가 일괄 배치돼야 한다. 넷째, 어느 쪽이 배제되면, 해당 지역의 혁신도시계획을 전면 수정 보완해 배제의 불이익을 보상받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제의 합의 하에서 먼저 양측이 상호 인정하는 입지전문가를 초빙해, 이들로 하여금 객관적 입장에서 양 지역의 입지를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는 크게 3가지 평가항목이 대등한 비중으로 포함되어야 한다. 첫째, 통합공사의 내부 업무 관점에서 양 지역의 입지요소가 정밀하게 평가되어야 한다. 통합공사법에서 LH는 주택과 국토개발 기능을 모두 가지도록 되어 있다. 통합업무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본사는 일괄 배치하되 권역별 사업을 최소비용으로 관장할 수 있는 입지가 높게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둘째, LH의 입지에 의한 지역 낙후도 개선 및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기여도 부분이 비교평가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혁신도시건설은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인 만큼, 낙후도가 심하고 LH 입지에 의한 지역 및 국토균형발전의 효과가 큰 지역일수록 더 나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셋째, 혁신 네트워크 구축 및 지역산업 특화에 대한 LH의 기여도 차이가 정확히 평가되어야 한다. 진주혁신도시는 ‘주택건설·중소기업기업진흥·국민연금’을, 전주혁신도시는 ‘국토개발관리·농업생명·식품연구’를 각각의 기능군으로 부여받고 있다. 혁신네트워크의 구축과 지역산업의 특화에 대한 LH의 기여도가 큰 지역일수록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합의회의’로 갈등 풀었으면

 

전문가 입지 평가결과에 대해선 양 지역의 시민들이 숙의를 거쳐 수용여부를 합의해야 한다. 합의회의는 참가시민의 공개모집, 쟁점에 대한 집단학습, 전문가 초빙 간담회, 공개 세미나, 내부 난상토론, 합의도출 등의 과정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LH본사 입지문제를 합의회의 방식으로 풀게 되면 비등하는 사회갈등 해소에 중요한 제도적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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