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센터 등 해킹으로 시스템 삭제…복구 안되도 해경은 "문제없다" 일관
진도 등 서남해안의 해상교통을 관장하는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레이더 기기가 보름넘게 먹통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진도 관제센터와 하조도와 가사도, 도초도의 레이더 자체가 작동하지 않거나 레이더의 추적기능이 불능이 되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진도관제센터는 정비업체를 호출해 레이더 복구작업에 들어갔지만 차질이 빚어지면서 이 해역의 관제 시스템은 지난 7일까지 무려 17일동안이나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정비업체측은 누군가 하조도,가사도,서거차도,어란진의 레이더 전산망에 순차적으로 접속해 운행에 필수적인 파일들을 모두 삭제하면서 기능정지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22일은 공교롭게도 레이더의 시설정비업체가 바뀌는 첫 날. 내부사정을 잘 아는 사람에 의한 소행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복구작업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다.
신규 정비업체는 원본CD를 이용해 삭제된 파일들을 복구시켰지만 전임 정비업체로부터 파일을 최적화 시키는데 필요한 정보를 인수인계 받지 못해 레이더 기능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관제센터 관리를 맡은 해경은 전임 정비업체가 복구작업에 합류해야 한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전임 정비업체는 사건이 발생한지 보름이 훨씬 지나서야 현장에 투입돼 책임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처럼 2주일 넘게 해상교통관제 기능이 정지됐는데도 관리자인 해경측에서는 별 문제될게 없다는 입장이다.
해경 관계자는 "기능정지 기간동안 수동관제가 가능했고 별다른 사건도 없었다"며 "기계란 것이 고장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임 경비업체 투입이 늦어진 데에 대해서도 "계약관계가 끝났기 때문에 마음대로 복구작업에 참여시킬 수 없었다"는 해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안해상교통관제 시스템이 관할 해역에 드나드는 선박들의 위치를 레이더로 파악해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해상사고를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고가 발생하기 불과 10여일 전인 지난달 9일에는 진도관제센터 관할지역인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만취상태의 선장이 운행하던 895t급 화물선이 암초에 부딪혀 침몰할뻔 했지만 관제 시스템의 경보로 해경이 출동해 침몰을 막을 수 있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3,4월의 경우 짙은 안개가 자주 끼는편이어서 관제센터의 기능 복구가 더 늦어졌을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해경은 고의적인 해킹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여부를 밝히기 위해 당시 전산자료 등을 확보해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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