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 진술만 믿고 기내 수색만 1시간 20분
영국 경찰이 공항 직원의 말만 믿고 이륙 직전인 한국 여객기를 세우고 기내를 수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항공사 측은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OZ522편 항공기는 지난달 30일 밤 9시에 런던 히드로 공항을 출발해 1일 오후 3시 50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이륙 30분전,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브라질 국적의 한 남성이 탑승구에 나타나 "공항 면세점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면세점 직원이 한국여성의 소행이라고 했다"며 여성을 찾아달라고 요구한 것.
아시아나 측은 이륙을 잠시 미루고 이 남성이 '목격자'를 자청한 면세점 직원과 직접 기내를 둘러보며 지갑을 가져간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용의자 색출에 실패한 이 남성이 급기야 "항공기에 탑승해 지갑을 찾겠다"고 나서자 아시아나 측은 보안규정을 들어 거부했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항공기가 탑승 게이트를 벗어나 활주로에 진입했을 즈음 영국 경찰이 나타나 아시아나 측에 비행기를 되돌릴 것을 요구했다.
절차상의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아시아나 측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반발했지만, 영국 경찰은 "확실한 증인이 있고 도난 사건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비행기를 되돌렸다.
활주로에서 벗어나 별도의 주기장에 도착하자마자 영국 경찰은 면세점 직원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타 기내를 수색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던 면세점 직원은 용의자가 누구인지 지목하지 못했다.
영국 경찰은 1시간 20분에 걸친 기내 수색 후에도 범인을 찾지 못하자 결국 이륙을 허가했고,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던 승객 289명은 '황당한 소동'을 감내해야 했다.
아시아나 측은 영국 공항공단에 공식 항의서한을 발송했고 영국 경찰에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런 선례는 없었다. 목격자 진술 하나만 믿고 추정에 의거해 한 나라의 비행기를 세웠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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