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산업 등 대책 미흡” 손학규, 사실상 합의 파기
국회는 4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민주당이 ‘여·야·정 합의’를 파기하며 반대로 돌아서 회의가 밤늦게까지 지연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비준안은 당초 여·야·정이 지난 2일 ‘한·EU FTA 회의’에서 합의해 이날 본회의에서 정상적인 처리가 예상됐으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전날 밤부터 국회 중앙홀 농성에 들어가고 이날 민주당이 가세하면서 이상기류가 발생했다.
특히 민주당은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9명의 최고위원 중 ‘여·야·정 합의문’에 서명한 박지원 원내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반대 혹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으며, 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손학규 대표(성남 분당을)가 사실상 합의 파기를 선언, 한나라당의 반발을 샀다.
손 대표는 FTA 비준에 따른 피해 산업과 국민을 위한 대책 미흡 및 야 4당간 정책연대 위반 가능성을 지적하며 “지금 이 상태대로 합의해서 통과시켜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도 그렇지만 새 원내대표단이 구성되면 아무래도 샅바 싸움을 하는데 4·27 재보선에 승리했다고 해서 발목잡는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고, 정체성을 버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길이지만 잘 생각해 달라”고 처리를 당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차영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손 대표는 한·EU FTA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보완책을 적극적으로 만들라는 차원”이라고 주장하며 “아직 7월1일 (잠정)발효시기가 남아 있다. 다수 의원이 우려를 하고 있고, 그 우려가 옳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손 대표가 국익이 달린 문제이며, 여·야·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돌아 국회 파행을 이끈 것에 대해 책임있는 지도자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배은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재보선에서 승리한 민주당이 당내 강경파들을 등에 업고, 합의를 깨고 민주주의를 업신여겨도 상관없다는 오만함밖에는 없다”며 “한·EU FTA로 만들어지게 될 25만개의 일자리, 5.6% 올라갈 GDP로 인한 소득향상, 물가안정 효과, 이로 인한 모든 수혜는 서민에게 가는 것인데, 민주당은 오로지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욕심 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강해인·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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