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비준안 통과 도내 축산농가 ‘부글부글’

“구제역 고통 무시한 졸속 추진… 돼지·낙농업 타격” 대책 촉구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내 축산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EU FTA 발효시 축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5일 도내 축산농가 등에 따르면 한-EU FTA 비준안이 4일 국회를 통과하자 축산단체들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도내 축산농가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EU FTA의 대표적인 피해 품목은 돼지고기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EU로부터 수입한 돼지고기는 11만2천766t으로 수입시장의 37%를 점유했다.

 

이 가운데 냉동삼겹살은 6만1천237t으로 전체 수입물량의 72%를 EU산이 차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마저 사라지게 되면 수입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08년 기준 EU산 냉동삼겹살의 국내 판매가격은 1㎏에 5천900원으로 국내산 9천280원의 63.6%에 불과했다. 또 관세 25%마저 철폐되면 4천720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산의 절반 가격에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EU산 돼지고기는 품질 면에서는 네덜란드·덴마크·프랑스가, 가격 면에서는 동유럽 국가들이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 앞으로 국내 돼지고기시장을 급속히 파고들 것으로 예상된다.

 

낙농품도 마찬가지다. 전지·탈지분유(176%), 치즈(36%), 유장(49.5%)의 관세가 비교적 높은 편이어서 빗장이 풀리게 되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EU에 내준 무관세쿼터(TRQ) 5만4천t은 대부분이 낙농품이다. 기존 수입량 대비 TRQ는 버터류 94.4%, 치즈류 97.3%, 조제분유류 134.6%에 이르며, 매년 3%씩 늘어난다.

 

TRQ가 누적되면 ‘관세장벽’은 껍데기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축산분야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한양돈협회, 축산 관련 단체협의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축산관련 단체는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양돈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구제역으로 만신창이가 된 농심(農心)은 아랑곳하지 않고, FTA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농업경영인경기도연합회도 “정부의 양도세 감면책은 축산농가가 폐업할 때만 국한되는데다 FTA 발효 후 3년간만 적용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선호기자 lshgo@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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