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파킨슨 전문병원 오픈… 글로벌 종합병원으로 큰걸음”
지난 2008년, 인생 제1막을 닫고 제2막의 커튼을 올린 최중언 분당차병원장. 인생 제1막이 대학시절까지 합치면 무려 45년을 보낸 연세대에서의 생활을 든다면, 인생 제2막은 2008년 3월 3일 분당차병원 제7대 병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부터 라고 할 수 있다. 의료전문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인생 2모작을 하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로서 병원을 이끌고 있는 최 원장은 취임 이후 산부인과 전문병원 이미지에서 탈피,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병원 증축, 여성암병원, 파킨슨병원 개원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 개원 15년을 맞은 분당차병원의 최중언 원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KFC(Kind : 친절 Fast : 신속 Convenient : 편리)로 환자·직원들 행복하게”
-줄기세포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태동한지 10여년에 불과한 새로운 학문으로 현대의학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난치병 정복의 열쇠로 각광받고 있다. 향후 시장규모만도 수백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한국 줄기세포 연구, 어디까지 와 있나.
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박사 때문에 한동안 붐을 일으키면서 획기적인 것이 될 것이라며 희망적이었다. 실제로 줄기세포 연구에 있어 동물실험까지는 성공사례가 많다. 그러나 임상에 대한 경험은 없었다. 인간에 적용했을 때는 어떻게 될 것이냐가 의문이다. 차병원그룹은 줄기세포 연구를 임상에 적용하는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달 29~30일에는 제3회 줄기세포 국제 심포지엄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최근 국내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승인되면서 배아줄기세포 유래 치료제 제품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차병원그룹 바이오기업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의 망막질환 관련 치료제라고 들었는데, 뭔지 궁금하다.
지난 4월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차병원그룹의 바이오기업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 식약청에 신청한 망막질환 관련 ‘배아줄기세포 유래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허용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의 승인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실명의 원인이 되는 희귀질환 스타가르트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쓰이는 망막질환 관련 배아줄기세포 치료제다. 이와 관련 차병원은 이미 동물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식약청에서 약사법에 따른 임상시험 심사를 통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차병원은 배아연구가 강점이라서 지금까지 실험상으로 잘 진행이 됐고 임상시험 직전에 와 있다.
-임상시험 승인에 따라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망막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동물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임상시험 준비가 다 돼 있다. 앞으로 임상시험에 필요한 환자를 선별 모집하고 금년 하반기에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제품화 부분은 임상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분당차병원하면 아직까지도 여성전문병원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굉장히 속상하다. 차병원의 시작이 산부인과고 불임센터가 워낙 강한 건 사실이다. 다른 과도 타 대학병원에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홍보가 덜 된 부분이 있다. 최근 우수 교수진을 영입해 인적풀을 튼튼하게 했다.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지정 환자중심 의료서비스 결실
의료서비스 글로벌화… 해외동포 심장병 무료 수술
배아줄기세포 임상시험 승인… 치료제 상용화 기대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분당차병원 응급의료센터가 ‘중증외상특성화센터’로 지정돼 그 의미가 커 보인다.
요즘 국가적으로 응급환자 대응능력이 굉장히 부각이 되고 있다. 중증외상특성화센터는 한마디로 중한 외상환자에 대해 24시간 모든 의료진이 동원돼 치료할 수 있다는 거다. 응급환자를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인정받은 만큼 중증환자 유치도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병원 증축 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여성암병원, 파킨슨병원 등 전문병원을 오픈한다고 들었는데 향후 의료진 구성과 구체적인 의료 서비스 내용을 소개한다면.
현재 800병상인데 올해 150병상 정도 늘어나고 응급실이 3배 정도 커진다. 주차타워 설립으로 주차환경이 개선될 전망이다. 오늘 주차하느라 고생 많이 했을 거다.(하하) 오는 7월이면 병원을 찾는 모든 분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거다. 병원도 이제 선택과 집중 전략에 의한 전문화가 필요한 시대다. 전문병원은 그야말로 병원 안에서 수납, 진료, 수술을 원스톱으로 진행하게 되며 유방암, 갑상선암 등 여성암병원을 확대하고 한방과·마취통증학과·신경과를 중심으로 신경통증병원을 개원하고 관절병원과 뇌종양·파킨슨병을 담당할 병원을 신설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중 ‘국제줄기세포 메디클러스터’ 설립 계획도 포함돼 있는 걸로 안다.
차병원하면 줄기세포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을 자랑할 수 있다. 메디클러스터는 병원 옆에 연구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차병원 옆에 위치한 분당경찰서와 보건소 부지에 국제줄기세포 메디클러스터 설립과 관련해 성남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경찰서는 이미 이전한 상태다. 병원 바로 옆에 연구소를 두고 줄기세포 연구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 위한 취지인데 행정절차가 늦어지고 있다. 향후 줄기세포 연구에서 환자치료까지 전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것이다.
-요즘 대형병원 간 의료경쟁이 ‘전쟁’으로 표현될 정도로 치열하다. 차원병은 경쟁에서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근 ‘스타교수’ 영입에 정성을 쏟고 있다 들었다.
종합병원으로서 도약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의료진이 탄탄해야 한다. 최근 난소암 분야 이준모 교수와 심장동맥질환 분야 조승연 교수를 각각 영입했다. 뇌종양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조경기 교수와 정형외과 슬관절 분야의 김희천 교수를 새식구로 맞았다. 올해 병원 증축완료를 앞두고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 교수진을 영입해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스타교수’ 영입이 곧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우려도 있다.
교수가 아닌 병원을 보고 오는 경우 실제로 스타교수를 영입해 실패한 사례도 있다. 점점 치열해지는 의료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스타교수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병원 이미지와 경영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분명한 건 의료진 강화는 병원의 자산이다.
-세계의료시장이 40조원 규모로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의료서비스의 글로벌화, 의료관광은 이미 세계적 대세다. 국내 의료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의료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분당차병원만의 전략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사실 해외의료관광은 이제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차병원은 산부인과 진료와 불임치료가 강점이고 특화돼 있어 이쪽 부분을 강화해 해외의료시장 잠재고객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고객 유치를 담당할 전문 코디네이터도 최근 채용했다.
-의료계 최초 국가품질상 대통령상 수상, 뇌졸중 치료 1등급 병원 선정, ‘중증외상 특성화센터’ 지정 등 취임 이후 대외적인 성과를 거뒀다. 병원 경영철학을 소개해 달라.
병원은 외부 고객인 환자와 내부 고객인 직원이 행복해야 한다. 취임 이후 ‘KFC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유명 햄버거 업체를 떠올리는데, 친절(Kind), 신속(Fast), 편리(Convenient)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성격이 급하면서 일 처리를 신속처리해야 한다는데 초점을 맞춘거다. 병원 인증평가를 한번 받으려면 직원들이 괴롭다. 치를 떠는데 평가를 통해 성숙해진다. 경영혁신에 대한 평가가 중요하다.
-요즘 기업들마다 사회공헌에 관심이 높다. 분당차병원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사업을 든다면.
‘사랑의 메신저 운동’을 꼽을 수 있다. 13년째 경제적으로 어려운 중국 연변이나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등 해외동포들에게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145명의 해외동포들에게 새생명을 찾아줬다. 또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수호천사기금을 마련해 어려운 환우를 돕고 있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젊어 보인다. 주변 사람들이 평소 건강관리법에 대해 물을 것 같다. 비결은 있나.
특별한 비결은 없다.(하하) 열심히 걷는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해 1시간 정도 걷고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는데, 그걸 비결이라고 말하기는 좀…. 간단하다.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자는거. 그거면 충분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달라.
정년 퇴임 한 사람을 차병원에서 병원장으로 받아줬다. 필요해서 아니겠는가. 무엇보다 올해 안에 병원 증축공사가 마무리되면 여성암병원, 파킨스병원, 신경통증 전문 병원 오픈에 집중할 생각이다. 병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주고 환자들에게는 신속하고 정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는거 말고 또 뭐가 있겠는가.
대담=박정임 문화부장 bakh@ekgib.com
정리=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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