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란, 어떻게 하나?] (完) 친환경 시설로 ‘혐오’ 이미지 벗어야

정재환 기획취재팀 j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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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있는 묘 숫자는 1천450만기. 묘가 자리한 면적만 여의도 넓이의 18배에 달하고 무연고 묘도 적지않아 정확한 현황 파악 조차 쉽지 않다. 이 같은 매장에 의한 국토 잠식에 대한 우려와 국민 의식 변화는 2000년대 들어 화장(火葬)을 우리 장례문화의 중심에 세웠다.

 

이미 경기도내 화장률은 70%를 훌쩍 넘겼지만 실제 화장시설은 단 2곳. 자신이 사는 곳 인근에 화장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른바 다른 지역으로 시신을 운구하는 ‘원정 화장’은 다반사가 됐다. 치솟는 화장률을 화장시설이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지만, 지자체마다 화장시설 건립이 제대로 추진되는 곳은 거의 없다. 부지를 선정하려 하면 주민 반발이 끝없이 이어지고 틀에 박힌 인센티브 제공 약속 외에는 설득할 길도 마땅치 않은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님비의식만 탓한다. 

 

‘필요하지만 내 집옆에는 못짓는다’는 이율배반적 지역이기주의를 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실질적인 혜택 제공과 혼신을 다하는 설득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주 목련공원’.

 

지난 2003년 조성 계획이 발표되면서 충북 청주시는 주민 간담회는 물론, 각종 토론회와 국내외 장사시설 견학까지 주민 설득에 온 힘을 쏟았지만, 상당구 월오동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일시적인 인센티브보다

 

지역경제 도움 정책 필요

 

이들 주민은 수십억원의 소득사업과 화장시설 인근 공원 설치 등 인센티브를 요구했지만 시는 끈질긴 대화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산넘어 산’이라는 말처럼 인센티브 제공에서 제외된 인근 주민들의 진정과 노인요양시설은 마을에 지을 수 없다는 월오동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사업 무산이 우려됐지만 포기를 모르는 설득과 체계적인 법적 대응으로 위기를 넘기고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화장시설 건립 사례가 됐다.

 

이렇게 어렵게 조성된 목련공원에는 화장시설이 절대 부족한 수도권 주민들의 장례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해 17억원의 이용 수익을 올렸고, 경기도내 대표적 복합 장사시설인 수원연화장도 지난 해 7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는 등 지역경제 활성에도 적지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화장이 갈수록 늘면서 수목장과 잔디장 등 자연장 시설도 크게 늘고 있다. 2009년 기준 전국의 자연장 시설은 131곳으로 화장시설 51곳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수목장의 경우 유골의 골분을 나무 아래 묻는 방식으로 매장문화와 납골문화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해를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화장장 건립 단계부터 이들 자연장 시설을 결합한 복합 장사시설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한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거주지 인근 화장시설은 필수적인 복지서비스라는 인식으로 오히려 주민들이 정부와 지자체에 화장장 건립을 촉구해야하는 상황이며, 장사법 개정에 따른 ‘1시·군-1화장장’이 사실상 어려운만큼 기존 공동묘지 자리를 재활용하는 등 방법으로 지자체 간 공동화장장 설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화장을 위해 시신을 멀리 운구하며 여기저기 화장 가능 여부를 물어야하는 불편은 결국 우리 자신이 초래하고 있는 것으로, 늦었지만 화장시설 증설과 선진화에 보다 열린 마음과 효율적인 정책 대안이 절실하다.  정재환기자 j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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