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
국회 상임위원장은 대부분 회의진행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질문은 주로 서면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3선인 김영환 지식경제위원장(56, 민·안산 상록을)은 직접 정부부처 질의에 나서 항상 주목을 받는다. 질문이 많다는 것은 따질 것은 따지겠다는 입장으로 그만큼 지식경제부 등 관계부처 입장에선 곤혹스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월 최중경 지경부장관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 거부와 최근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 수주 이면계약 유무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UAE 방문에 동행해달라는 청와대측의 제의도 거절해 눈길을 모았다. 이러한 소신과 개성은 그의 다양한 인생 역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을 만나 의정활동과 지역 현안문제, 우리나라의 원전 정책 등 최근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1인 방송국을 만들어 의정활동하고 있다. 특이한 의정활동 같은데 설명해 달라
지금 정치가 국민에게 기쁨을 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보고 있자면 화병이 나거나 암이 걸리는 정치다. 지금까지는 ‘나를 따르라’의 영도자식 정치였다.
국민은 듣기만 하고, 정치인은 혼자서 떠들었다. 이제 정치를 바꿔야 한다. 웹 2.0시대에 국민은 블로그,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입을 열고 있다. 이것을 정치가 담아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1인 방송국을 차렸다. 미디어에 강한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국민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역구인 안산에서 재미있는 일을 시도하고 있다. 지역의 노인분들을 모시고 와서 영상자서전을 찍었다.
노인분들의 삶을 영상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안산지역의 어린이들이나 인터넷 정치평론가들과 온라인 대담도 했다. 이것을 나는 웹 2.0시대의 ‘폴리틱스 2.0’이라고 부른다. 실시간 쌍방향 교류가 가능한 의정활동을 해보려한다. 아직은 ‘시도’하는 수준이다.
-일본 원전 사고에 따른 원전 안전성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 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나
초선때부터 지속적으로 원전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해왔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구조상 당장 원자력 발전을 그만두자고 말하기는 어려우니 더더욱 안전성 문제에 민감해야 한다. 원전 안에 1천500만개가 넘는 핵연료봉이 저장돼 있다. 핵폭탄이나 마찬가지다.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직 우리에겐 없다.
결국 답은 원전을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가는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야 한다.
-최근 운전을 멈췄던 고리1호기가 가동을 시작했다. 어떤 이유인가
정부가 안전점검과 개선대책을 내놓고 재가동을 승인했지만, 약속했던 정밀검사는 전혀 없었다.
열흘간 대충대충 검사했다는 의혹이다. 서류검토와 직원 면접만으로 검사한 시늉만 낸 것이다. 아직도 안전불감증에서 정부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고리 1호기 문제의 핵심은 원자로 압력용기가 안전한가 여부다. 다시 한번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권도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는가. 또 국민회의 시절 도지사 경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데 김 지사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차기 도지사에 도전할 생각은 있는가.
김문수 지사 나름대로 생각이 있을 것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좀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염두해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나 나는 지금 지경위원장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나라가 앞으로 먹고살 길을 찾는 것, 획기적인 정책을 내 정치가 국민들의 신뢰를 받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년 19대 총선과 대선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1996년~97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1996년과 2012년은 닮았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겼듯이, 1995년 지방선거도 당시 야당이 완승했다. 그러나 야당은 다음해 1996년 총선에서 완패했다.
당시 민자당(여당)은 당명까지 바뀌는 쇄신을 통해 신뢰를 얻었지만 민주당은 혁신하지 않았다. 결국 그때 80~90년대를 풍미하던 민주당 원로들이 모두 낙선하고, 나와 추미애, 천정배, 정세균 의원 등이 국회에 들어오게 됐다. 총선 후 새로운 인물이 추축이 되어 치룬 대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탄생하게 댔다.
지방선거, 총선, 그리고 대선까지 그 흐름이 ‘1996 again’이다. 그러한 역사에서 교훈을 통해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총선과 대선에 준비해야 한다
-안산 추모공원 조성문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안산에 화장장을 만드는 것은 실용적인 측면을 보았을 때도 맞지 않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주민들과의 합의인데 주민들은 시의 강행 방침에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 두번째, 현재 경기도 전체적으로 화장장 수요가 충분하다. 오히려 도는 지자체별로 난립하지 않을까 걱정할 정도다. 용인에 10기가 생기고, 인천도 5기를 증축 중이다.
경기 서남부 지역에서 안산뿐만 아니라 시흥·화성·부천·군포 등도 화장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기 때문에 여러 지자체가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안산에 화장장을 만들면 적자 운영이 눈에 뻔히 보인다.
-시화·반월공단이 위치한 안산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국회에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간담회를 열어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현실화 방안을 논의해 보아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다. 독일은 1천개의 탄탄한 중소기업이 있고 이들이 수출의 역군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다. 대기업이 기술을 빼어가고, 중소기업이 조금 컸다 싶으면 견제하기 때문에 도저히 중소업체들이 성장할 수가 없다.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더 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R&D에 지원해야 하고, 중소기업 내수 판로 개척과 해외 수출을 위해 실질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현재 안산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안산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산 대표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시화·반월공단이 영세화 돼 중소기업들과 유기적으로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기업·대표기업 유치가 시급하다.
제가 여러 기업들을 만나 경기도·안산 지역에 대해 소개했고 일부는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다. 대표기업 유치를 통해 중소기업부터 골목상권에까지 경제의 온기가 가도록 해야 한다.
대담=최종식 정치부장 choi@ekgib.com
정리=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김영환은....>김영환은....>
김영환 국회 지식경제위원장은 인생역정 만큼이나 톡톡 튀는 의정활동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충북 괴산출신으로 청주고와 연세대 치대와 경제대학원을 졸업했고,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노동자 생활을 하다 15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한 뒤 치과병원을 개업,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3선 의원이자 무려 15권의 시집과 수필·평론집을 낸 문인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0월 재보선을 통해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에는 초선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하고 있다.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IT(정보통신기술)·BT(생명기술), NT(나노기술),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은 조예를 가진 그는 지난 4·27 재보선에 손학규 대표의 성남을 출마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식경제위원장으로써 IT와 벤처 육성을 국정 지표로 삼았던 ‘국민의 정부’ 시절 내각을 경험했던 만큼, 현재 지경부가 안고 있는 IT와 중소·중견기업 정책 전반에 대해 심도있는 평가와 그에 따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강해인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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