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학교급식... 아이들 건강 파수꾼

기업탐방-육류전문기업 (주)한라식품

세 아이의 엄마가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  회사 대표는 돈 욕심이 없다. 그래서 떼돈을 못 벌고 있다. 오직 장차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의 동량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생각뿐이다.  답답하다. 주변 사람들은 ‘벽창호 같다’ ‘외골수’라고 말한다.

 

학교급식을 전문으로 하는 육가공업체 (주)한라식품 이야기다.

(주)한라식품은 1993년 호텔, 뷔페 등에 가공축산물을 공급하던 소기업으로 시작해 현재 학교 급식전문업체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언뜻 회사 이름만 들어선 제주도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다. 농장이 제주도에 있나? 아니면 대표의 고향이 제주도? 회사명은 황인경 대표이사(50) 작품이다.  높이 1천95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처럼 업체 최고가 되겠다는 황 대표의 의지가 담겨 있다.

 

“고향은 인천 강화예요. 개인적으로 한라산이 참 여성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하면서 한라산처럼 여성스러우면서도 기운넘치는 기업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라식품, 회사 이름으로 괜찮죠?(하하)”

 

황 대표가 우연한 기회에 사업을 시작하게 된 때가 그의 나이 스물여덟살. 결혼 후 첫 아이를 낳은 직후다. 육아 만으로도 벅찼을 법한데 그는 호텔, 뷔페, 웨딩홀 등에 햄·소세지를 가공·납품하는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다.

 

1993년도다. 그리고 1997년 IMF시절,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학교급식에 관심을 갖게 된 황 대표는 경영 모토를 ‘안전한 먹을거리’로 삼고 본격적으로 학교 급식시장에 뛰어 든다. 종업원이라야 고작 다섯명의 소기업이 대기업과 경쟁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그 때 당시 초등학교 급식시장은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었고 급식사고도 많았죠. 지금과 달리 급식 위생개념을 찾아 보기 어려운 시절이었어요. 우리 아이가 먹는 급식재료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만큼 안전하게 공급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황 대표는 대기업을 상대로 한 급식전쟁에서 ‘공장 견학’으로 승부수를  띄었다. 6개월 동안 100여 학교의 행정실 관계자, 영양사, 교장들에게 일일이 회사 홍보책자를 돌리고 공장을 공개했다.

 

웬만해선 공장 내부를 공개하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도 황 대표는 “위생사고 없는 선진화되고 깨끗한 시스템만큼은 자신있었다”고 회고했다.

 

“밤에 술 마시면서 하는 로비 한번 하지 않았다고 하면 다들 안 믿어요. 작지만 깨끗한 업체라는 것을 견학으로 확인시켜주면서 틈새공략에 나선거죠. 100개가 넘는 학교에 홍보를 했고 공장 견학 후 30여 곳에서 연락이 왔어여 그리고 20여개 학교의 급식업체로 최종 선정됐어요.”

 

(주)한라식품의 시설은 입소문을 탔다.

 

안양에 공장을 뒀지만 1997~98년 서울지역 350여 초등학교 가운데 150개교에 소, 닭, 돼지고기 등 급식용 육류를 납품했다. 이어 지난 2005년 업체 최초로 해썹(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업체로 지정되면서 대외적으로 재평가 받게 된다.

해썹은 생물학적 위해요소(병원성미생물, 부패미생물, 일반세균, 대장균군, 식중독균, 곰팡이), 화학적 위해요소(중금속 농약, 잔류수의약품, 호르몬제 등), 물리적 위해요소(돌, 유리조각, 금속파편, 머리카락) 등을 원칙에 따라 중점 관리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기 위한 사전감시 및 관리시스템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해썹은 소비자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한 과학적인 위생관리체계로 그 우수성이 입증돼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적용하고 있는데 중소기업인 우리 회사가 지정돼 그 의미가 남달랐어요. 업계 최고의 선진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셈이죠.”

 

(주)한라식품은 해썹 업체 지정만으론 성에 차지 않았는지 ‘생산이력추적시스템’까지 도입해 고기의 생산, 도축, 가공, 유통 정보를 소비자에게 오픈하고 있다.

 

이처럼 옹고집 경영으로 우뚝선 (주)한라식품은 해외에서도 선진 벤치마킹사례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 해 10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서 ‘아시아 축산식품 안전관리 국제 세미나’가 열렸다. 국내 축산식품 안전관리체계에 대한 소개와 선진 국경검역 시설, 축산식품 생산공장 현장 방문이 포함돼 있었는데 그 중심에 (주)한라식품이 있었다.

 

 “식육포장처리업 부분에선 한라식품이 유일하게 포함돼 아시아 15개국 29명의 축산물위생 관계자들이 시설을 둘러보고 갔어요. 한라식품은 중소기업이지만 서울우유 안산공장, 제일제당 인천사료 및 진천식육가공장, 하림, 목우촌 김제 육가공장 등 대기업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에서 기뻤습니다.”

 

이처럼 대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선진 시스템을 갖췄음에도 황 대표는 최근 들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가 일선학교에 친환경농산물을 공급하면서 G마크 인증을 받은 업체와 수의계약토록 했기 때문. 경기도지사 인증 농특산물 통합브랜드인 G마크 인증업체만 학교 급식물품을 납품할 수 있게 되면서 한라식품이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경기도 G마크 자체는 좋은 개념이죠. 하지만 소규모 육가공업체가 G마크를 획득하지 못하면 경쟁자체를 할 수 없는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관계 기관을 수차례 방문하면서 실력으로 자율경쟁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노력했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죠. 주변에서 돈이 안되는 사업이면 문을 닫거나 팔거나 아니면 사업 아이템을 바꾸면 되지 않으냐 하는데 40여명의 한라식품 가족들이 있는데 어떻게 그리 쉽게 결단을 내려요. 모든 것이 정의로워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과 원리를 가지고 살아가는 돈키호테같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투자 대비 최대의 수익을 내는 경영인은 분명 능력자다. 하지만 황 대표는 능력자 보다는 ‘착한’ 축산인이 되고 싶어한다.

 

“저는 축산인인게 자랑스러워요. 여성이 소, 돼지, 닭고기를 주사업으로 하는 게 안어울리나요? 축산인으로서 신선한 육류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 궁극적으로 국민건강과 자라나는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일에 일조하고 싶어요. 우리 아이들이 먹는 음식만큼은 비리없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급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해요. 너무 반듯하죠?”

 

반칙을 모르는 CEO가 운영하는 회사, 아줌마도 환영받는 회사, 배송 직전에 제품을 만드는 회사. 바로 육류전문기업 (주)한라식품의 실체다.   

 

글 강현숙기자 mom1209@ekgib.com

사진_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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