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조령산

꽃을 내린 나무들이 새 잎으로 단장했다. 영남의 선비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넘던 과거 길, 연두색 새 잎은 실패한 꿈들을 재생하고 있다. 아름다움은 그것을 발설하는 순간 파괴된다는 미학의 절벽 아래 오월의 조령산이 푸름을 흘러내린다. 봄바람은 음유시의 생산자, 별다른 레퍼토리 없이 반복적으로 노래하며 긍정을 훈육하는 새, 이에 분노한 산울림이 기력을 회복한 듯 왕성히 화답한다. 부드러운 봄의 살결이 찔레꽃 아카시아 꽃향기에 더욱 맑고 곱다. 신선봉 너머 마패봉, 깃대봉, 주흘산이 전사처럼 어깨를 벌린 채 서있고, 백두대간의 등뼈를 드러낸 아스라이 먼 월악산도 장대한 대열의 끝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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