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꾼 최승희, 그녀의 열정과 예술혼
‘그녀의 춤은 완벽하고 율동적인 예술이다. 바로 그 점에 그녀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비결이 있다. 심미적 아름다움의 절정인 보살춤은 숭고하게 여겨질 정도다.’ 뉴욕타임스가 세계를 사로잡은 한국의 무용가 최승희(1911~1967)의 작품을 평한 기사 중 일부다.
춤과 예술에 자신을 열정을 불태워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여인, 그러나 남과 북 모두에게 버림받은 비운의 예술가인 최승희의 파란만장한 삶이 소설로 나왔다.
고산 고정일이 펴낸 ‘매혹된 혼(동서문화사 刊·전3권)’은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작가적 상상력을 버무려 그녀의 열정과 예술혼, 슬픔과 분노 등을 담고 있다.
그녀는 일제 강점기와 분단의 비극을 관통한 예술가다. 어렸을 때부터 명석해 소학교를 4년 만에 졸업하고 숙명여자고등보통학교에 진학했다. 끼니를 거를 정도로 집안의 경제 사정이 나빠졌지만, 우등생으로 4년 동안 장학금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를 사로잡은 비운의 한국 무용가
작가 상상력으로 파란만장한 삶 담아
그러던 중 오빠 최승일과 함께 세계적 거장 이시이 바쿠가 조선에서 가진 무용발표회를 본 열다섯 소녀는 무용가의 길을 결정한다. 최고의 발레리나로 성공하며 그녀는 현대무용에 조선의 전통무용을 덧입히고자 노력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보살춤’은 전 세계인의 혼을 사로잡은 것으로 극찬받았으며, 피카소, 장콕토, 헤밍웨이, 채플린 등 동시대 서양의 많은 예술가도 그의 몸짓에 빠져들었다.
특히 해외순회공연을 하면서 ‘코리아’라는 이름을 밝히고 조선춤을 공연하며 국민적 자긍심의 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남과 북, 조국으로부터 버림받아 쉴 고향조차 없는 불운한 삶을 살았다.
“나에게 허용되는 속죄의 길이 있다면, 그것은 다름 아닌 이제까지의 최승희 무용을 지양하고 코리안발레를 창건하는 일”이라는 말이 곡해돼 기회주의자로 언론의 빈축을 사고 친일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중압감에 늘 불안해했다. 남편 안막(安漠)을 따라 평양으로 넘어가서는 혁명정신 결여로 비판받고 반동적 부르즈와 예술의 표본으로 낙인찍혀 인민 배우라는 예술인 최고의 지위에서 끌어내려 졌다. 한때는 인민극장의 청소부를 할 만큼 냉대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소설은 그녀의 소녀 시절부터 세계를 향해 도전했던 시간, 그러나 불운했던 말년까지의 삶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생전 그녀의 몸짓이 많은 이의 혼을 사로잡았던 것처럼, 소설 속 최승희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지 기대된다. 각 권 1만2천원 류설아기자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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