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홍문과 연극무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아

이제 곧 여름이다. 여름 휴가철에 맞추어 열리는 축제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볼거리, 즐길 거리를 프로그램에 반영한다. 조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고성(古城)이나 궁은 여름철 축제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기에 안성마춤이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역사 도시 아비뇽에서는 매해 7월, 연극 축제가 개최된다. 규모와 인지도 면에서 연극 축제로는 가장 유명하다. 아비뇽 축제를 더욱 빛나게 하는 요소는 바로 옛 교황청 건물을 비롯하여 성곽과 수도원 등 문화유산들이 연극의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 외에도 영국 에딘버러 성, 체코 프라하 성, 오스트리아의 쉔부른 궁전 등이 연극과 문화예술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어 축제 자체의 성공은 물론,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도 부상할 수 있었다. 성(城)이 일상과 예술 공간으로 활용되는 예는 무수하다.

 

수원은 훌륭한 조상이 물려준 유형, 무형 유산의 덕을 가장 많이 받는 도시 중 하나다. 유형의 유산은 누가 뭐래도 화성이고, 무형의 정신적 유산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정조의 개혁정신과 봉건 신분제를 철폐하여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려 했던 애민정신, 자연인 정조의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공간 활용해야

 

화성 축성 과정이 이러한 정조의 정신을 구체적으로 담아내었기에 단순한 성곽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축성 뒤, 1801년에 발간된 ‘화성성역의궤’에는 축성계획, 제도, 법식뿐 아니라 동원된 인력의 인적사항, 재료의 출처 및 용도, 예산 및 임금 계산, 시공기계, 재료가공법, 공사일지 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는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물로 역사적 가치 및 건축사에 큰 자산을 남긴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수원 화성은 축성 당시 성곽이 거의 원형대로 보존되어 있고 성의 골격도 그대로 남아 있다. 현대인의 눈에도 화성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래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인류에게 길이 물려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다.

 

수원 화성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조물은 무엇일까? 필자는 주저 없이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꼽는다. 주변 자연 경관과 더불어 구조물 자체의 수려함이 한 폭의 아름다운 옛 그림을 대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자랑한다. 수원시청 홈페이지에도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화홍문이다. 각종 홍보 자료에도 수원과 화성을 상징하는 대표 선수격으로 가장 많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수원=화성=화홍문, 방화수류정의 연상이 자연스럽다.

 

화홍문(華虹門)은 본래 북쪽에 있는 수문으로 7개의 수구(水口) 모양이 아름다운 무지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물이 넘쳐흐를 때 생겨나는 물보라의 장관을 화홍관창(華虹觀漲)이라 하여, 수원 팔경 중에 하나로 꼽는다. 방화수류정은 화홍문의 동쪽 벼랑 위에 서 있고 그 아래 연못과 어우러져 화성 최고의 승경(勝景)을 이룬다.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같아

매년 8월 개최되는 ‘수원화성 국제연극제’도 화성의 공간과 구조물들을 현대적 공연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무대를 고심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올해는 수원의 대표 상징물인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이 주요한 연극 무대로 변신하게 된다.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에서 가장 단아하고 수려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모습이 연극무대로 태어날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배경으로 조명을 받는 여름밤의 연극 무대, 객석은 수원천 위에 설치되어 시민들은 이 장면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한여름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땀방울이 또 하나의 무지개로 화홍문에 걸리는 모습이 수원 8경과 더불어 새롭고 또 가장 아름다운 수원의 문화예술 상품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김동언  경희대 아트기획학과 교수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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