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개업소마다 거래 끊겨… 주민들 ‘집값 하락’ 걱정
“출근시간 좀 줄이려 부천 오정동으로 이사 가려 했는데….”
인천 남동구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A씨(30)는 30여분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부천 오정동으로 이사를 계획했지만 최근 이를 보류했다.
자신이 이사가려던 부천 오정동에 미군부대 내 고엽제 물질이 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결과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1일 인천 부평구, 부천, 동두천 지역 공인중개소 등에 따르면 매립 의혹 제기로 인해 주민 불안 고조와 함께 집값 하락 문의가 연일 계속되는 등 때아닌 부동산 한파가 불고 있다.
부천 오정동의 옛 ‘캠프 머서’ 부지 인근 B부동산에는 의혹 발표 이후 지역 주민들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찾아와 집 값 걱정을 늘어놓고 있다.
40만여㎡ 규모의 옛 캠프 머서의 부지가 지역 개발의 유일한 희망이었지만 현재 ‘고엽제 매립’이라는 복병으로 인해 개발에 대한 기대는 커녕 기존 재산상의 손실만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C공인중개사무소는 매매나 전세 거래 등이 한달 평균 10건에 달했지만 지난달 24일 부천에도 고엽제 물질이 매립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거래를 단 한건도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집을 보러 오겠다고 예약했다가 취소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D부동산 관계자는 “부천은 서울과 인천, 김포로의 접근성이 좋아 인구 유입이 꾸준한 편인데 이번 일로 외지인들의 유입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 미군기지 캠프마켓 인근 주민들도 이미 내놓은 매물의 거래여부를 확인하거나 지역 부동산 동향을 살피는 등 평소보다는 다소 예민한 모습이다.
주민 박모씨(42)는 “당장 이사를 갈 수야 없겠지만 집 값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은 된다”며 “만약에 매립됐다면 아이들 때문에 계속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미군 부대 인근의 부동산 거래도 오정구와 사정은 비슷했다.
동두천의 E부동산에는 고엽제 매장으로 인해 집값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하루에도 10여통 이상씩 들어오고 있으며 미군이 90% 이상 거주하는 동두천 역 앞 F아파트에 대한 문의도 들어오고 있다.
이와관련, 부천시 관계자는 “국방부, 육군, 환경전문가, 시민단체 회원, 지역주민 등 13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이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조사를 할 예정”이라며 “지하수 오염 여부를 검사해 주민 불안을 속히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준·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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