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내부 사정 있는 듯"…'고단위 협상술' 분석도
북한은 1일 지난달 베이징에서 이뤄진 남북 비밀접촉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북한이 정상회담과 관련한 비밀접촉의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은 최근 남북간 비밀접촉 사실을 언급하면서 남한이 6월 하순과 8월, 내년 3월에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매우 유감스럽다는 공식 논평을 내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만남을 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북한 입장차이가 분명하지만 북한이 남한과의 접촉과정과 논의내용을 자세히 공개한 부분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비밀접촉을 공개한 데 대해 "발표 형식이나 내용 등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복잡한 내부 사정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관측했다.
북한이 우리의 진의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을 펼친 것은 북한의 복잡한 내부사정이 있지 않고서는 해석하기 힘든 대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북한의 강경입장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 아래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어렵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고려대 유호열 교수는 "이명박 정부 남은 임기 동안 실질적인 남북관계가 복원이 어렵다고 판단해 차기정부를 염두에 두고 강경입장으로 나왔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역적패당, 불한당 같은 거친 표현을 써가며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내에 남북정상회담이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전망과 함께 장기간 경색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그러나 북한이 강경하게 반발함으로써 남쪽에 추가적인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고단위 협상술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북한의 비밀접촉 폭로는 '평양의 최후통첩'이라고 밝혔다.
조선신보는 북한이 한반도정세의 긍정적인 발전을 바라고 있다며 남측에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의 매듭을 먼저 풀고 남북 비핵화 회담이 성과를 내야 북미대화, 6자회담으로 갈 수 있다는 기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읽힌다.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천안함, 연평도 사건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과의 접촉에서 "북측의 시인·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도 대외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양면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자 북한이 비밀접촉 사실을 공개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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