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의장의 부적절한 점심식사

구재원 안산 주재 차장 kjw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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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얏나무 밑에서는 갓 끈을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는 신발 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이는 불필요한 행동으로 오해를 사지 말라는 뜻이다.

 

최근 안산시는 승진 및 전보 인사의 요인이 발생함에 따라 9일자로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인사와 관련해 공직사회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김기완 안산시의장이 집행부의 승진·전보 인사를 앞두고 관련 부서 간부들을 음식점으로 불러 식사한 사실이 알려져 공직사회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3일 인터넷 내부 게시판을 통해 이번 인사의 승진 대상자를 예고했으나 김 의장은 이를 하루 앞둔 2일 인사 부서 간부들과 늦은시간까지 점심을 함께했다.

 

이와 관련, 김 의장은 “과거 의회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식사를 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게 공직사회의 시각이다. ‘격려’란 상대방에게 용기나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주기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인간관계이다. 그러나 ‘김 의장의 이날 식사 약속은 상대방의 배려보다는 뭔가 꼭 필요에 의해 급하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냐’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당일 김 의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원시에서 교육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장이 집행부 인사부서 고위 공직자들과 약속을 잡은 것은 낮 12시30분이였으며 그것도 하루 전인 1일 오후께 부랴부랴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사를 앞두고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인사부서 공직자들과의 약속을 하루전에 그것도 공직자들의 점심시간을 넘겨 가며 잡아야만 했던 이유가 도대체 무엇 때문이었을까. 갖가지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특히 시 노조 게시판에는 ‘시의원님 두 분이 전방위로 인사 청탁로비, 압력을 행사한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이라는 등의 낯 뜨거운 글이 올라 김 의장의 식사가 적절했는지 묻고 싶다.

 

김 의장은 지난해 7월 “의원의 기본 책무인 집행부를 견제·감시하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의정활동을 펴 나갈 생각”이라며 제6대 안산시의회 전반기 의장에 선출되면서 강조했었다.

 

김 의장은 “식사자리에서 인사와 관련한 대화는 없었고 이번 인사에서 시의회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전제한 뒤 “인사를 앞두고 협의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장이 밝힌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시의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맑고 투명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며 불필요한 행동으로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구재원 안산 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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