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값 등록금’ 논쟁이 뜨겁다. 연간 1천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에 서민·중산층의 허리가 휘다 못해 빠질 지경에 다다른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부실 사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제한하고, 하위 15 % 국공립대의 정원을 줄이는 등 전반적인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연하다. ‘반값 등록금’의 첫 출발은 부실대학 퇴출과 대학 구조조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특히 부실사학의 퇴출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정부의 지원예산과 등록금을 재단의 비자금 조성·가족 생활비로 충당하고, 부동산 확충에 쓰는 사례가 종종 뉴스에 나온다. 형편없는 학사 운영을 하고 있는 비리·부실 사학의 실태가 속속 드러나며, ‘우리 사회가 이런 대학까지 정부예산을 지원해주면서 끌어안고 가야하나’ 하는 탄식을 낳게 한다. 부실 대학을 털어내지 않고서는 결코 우리 대학의 경쟁력을 얘기할 수 없다.
교과부는 지난해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 23개 대학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부실대학 중 18개 대학에 2007년부터 3년간 정부 예산을 무려 195억원이나 지원해주었다.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또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등록금에서 ‘거품’을 빼 ‘제값 등록금’을 만들어야 한다. 우선 대학들의 ‘뻥튀기 예산’을 바로잡아야 한다. 2009년 수도권 사립대 예·결산 잉여금이 무려 8천318억원에 달한 것을 보면 대학 등록금이 오를 대로 오른 것은 대학들의 ‘뻥튀기 예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법인은 기본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2009년도 기준 193개 사립대 중 법정부담금 부담이 30%에도 못 미친 대학은 97개나 되었다. 이는 전체 사립대의 50%를 넘는 수치이다. 법정부담금을 아예 한 푼도 내지 않은 대학도 45개나 된다. 39개 대학은 법인 재산소득 중 일정비율을 학교운영경비로 사용하도록 한 금액을 미부담하고 있었고, 이중 24개 대학은 수익금이 발생하였음에도 운영경비를 단 한 푼도 부담하지 않았다.
2017년이 되면 대학입학 정원보다 고교 졸업생수가 4천700명이나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 대학의 학생수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작년에만 해도 77개 대학이 입학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사립대 재정수입 구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2%에 달한다. 높은 등록금 의존병에 빠진 사립대학의 학생 부족에 따른 재정 악화는 고스란히 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는 지금의 상황에서 모든 대학에 한정된 정부 예산을 마구잡이로 지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정부는 대학 재정 지원을 확대하되, 옥석을 가려 선택과 집중해야 한다.
정부 예산만으로는 ‘반값 등록금’ 실현이 어렵다. 민간이 나서야 한다. 국가장학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장학재단과 대학에 대한 소액 기부금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액공제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대학의 재정수입 구조도 다변화시켜야 하고, 등록금이 사립대의 절반 수준인 국공립대 정원을 현재보다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제 등록금 문제는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예비대학생들과 학부모들까지 가세한 사회적 아젠다가 되었다. 정부와 대학의 어설픈 대안으로는 아니 한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학생과 학부모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값 등록금’이 되도록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박보환 국회의원(한·화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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