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가?방가!' 이어 '무사백동수' 주연까지 승승장구
‘100만분의 1’의 행운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데뷔 1년 만에 영화 한편과 드라마 한편의 첫 번째 여자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자고 나면, ‘신인배우’란 꼬리표를 단 연기지망생들이 수두룩 생기고, 작은 배역 하나를 따내기 위해 몇 만 명이 오디션을 보는 요즘에는 더더욱 말이다.
신현빈은 이러한 무한경쟁시대에서 실력으로든 운이든 당차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조연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CF나 잡지 출연 경력조차 없는 ‘날’ 신인인 그녀는 첫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흥행에 성공했고, 최근에는 제 47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자 신인상까지 거머쥐는 ‘대박’ 행운에 미니시리즈 주연까지.
하루하루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을 신현빈을 만났다.
“좋은 작품에 연달아 출연하게 돼 좋기도 하지만 부담감도 커요. 드라마도 처음인데다가 사극도 처음이니. 사실 영화 한편에 출연한 게 고작이니 어떤 작품, 어떤 역할을 해도 익숙하지 않은건 마찬가지겠지만 첫 데뷔 때와 다를 게 없어요.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마냥 좋아하긴 힘들죠. 늘 작품에 득이 되지는 못해도 해가 되지는 말자는 마음이에요.”
오는 7월 4일 첫방송을 앞둔 사극 ‘무사 백동수’에서 신현빈은 백동수(지창욱)와 여운(유승호)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신비한 여인 유지선 역을 맡았다.
두 번에 걸친 오디션에서 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에 낙점된 신현빈은 스스로 “왜 감독님이 나를 뽑았는지 모르겠다”면서도 “지선이란 인물이 겉으로는 부드럽고 단아하지만 내면은 굉장히 강인한 인물이에요. 감독님이 저한테 담대해 보인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아무래도 그 점이 어필한 것 같아요”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한 살 연하의 지창욱과 7살 연하의 유승호와 사랑 연기를 펼치게 된다. “지창욱과 붙은 신이 많은 편인데, 배려심도 깊고 그 전 작품이 시청률 40%가 넘는 국민드라마였던 터라 팬들이 워낙 많아 걱정 안해요. 유승호도 나이는 7살이나 어리지만 저보다 한참 연기 선배니 배우면서 해야 할 것 같아요. 극 중 두 사람과의 관계나 사랑 방식이 워낙 달라 두 가지의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아요”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화의 성공 이후 드라마 주연 캐스팅까지 배우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만큼 주위의 반응이나 현재의 상황도 달려졌을 터. 그러나 신현빈은 의외로 담담했다.
“오히려 주위 반응은 잔잔해요. 저 역시 기뻐도 막 업(up)되거나 내색하는 편이 아니라서 덤덤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히려 기사를 보거나 인터뷰를 할 때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는 얘기를 해주시면 그게 더 안 믿기도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하는 소린가 싶어요. 스스로는 더 신경을 안 쓰려고 하고 있어요. 무명이던 일년 전과 비교해도 달라진 게 거의 없으니까요. 그때도 ‘방가?방가!’ 촬영을 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금도 ‘무사 백동수’만 보면서 현장에서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최근 신현빈은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여자 신인상을 받았다. 배우로서 딱 한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인만큼 의미도 감회도 남달랐다.
“호명되기 전에 넋을 놓고 있었는데, 제 이름이 불려 너무 놀랐어요. ‘설마 나?’ 이러고 있는데 주변에서 다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계단을 올라가면서 방송사고인가? 꿈인가? 할 정도로 실감이 안났어요. 소감도 무슨 정신으로 한지 모르겠더라고요. 무대에서 내려와서 미처 말 못한 소감을 더 하라는데, 무대에서 무슨 말을 한지 모르니 못 한 말이 뭔지도 모르겠더라고요(웃음).”
무엇보다 “트로피가 정말 무거웠다”는 신현빈은 “연기시상식 트로피를 생전 처음 들어봤는데 한 손으로 들 수 없을 정도로 무겁더라고요. 굳이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들었을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더 부담을 가지라고 무거운 것 같아요. 기쁜 것은 잠깐이고 앞으로 할 일, 보여줘야 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스스로 데뷔 전과 후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표현한 신현빈은 “이제 직업란에 겨우 배우라고 쓸 수 있을 정도가 된 거지 완벽한 배우가 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물론 있지만, 저한테는 하루하루가 급하거든요. 당장 활 쏘는 연습을 할 것부터가 걱정이에요”라며 자만하지 않는, 그러나 당찬,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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