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발질 공약' 수두룩…공동발의 무임승차 비일비재

〈3〉‘생색내기 공약’ 입법은 뒷전

지난 18대 총선과 재·보선에 나섰던 여야 경기 후보들이 법안의 제·개정을 공약한 것은 지역주민, 나아가 국민들을 위해 법을 고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특히 일부 후보들은 구체적인 실천방법까지 담아 유권자들에게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막상 당선된 뒤에는 슬금슬금 뒷전으로 미뤄놓고 제출 조차 않고 있어 실망감을 더해주고, 일부 의원은 직접 대표발의하기보다는 다른 의원 법안에 공동발의하는 것으로 면피를 하려는 모습도 보여 씁쓸함을 던져주고 있다.

 

 

50개 공약 중 18개만 제출

 

여야 도내 의원들이 법(률)의 제·개정을 공약한 것은 총 50개로, 이중 48개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19명이 주장한 것이고, 2개는 2009년 재보선에서 당선된 이찬열 의원(민·수원 장안)이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이중 제출된 것은 36%인 18개에 그치고 있으며, 64%(32개)는 아직 제출조차 되지 않아 ‘생색내기 공약’에 그칠 우려를 낳고 있다.

 

천정배 최고위원(민·안산 단원갑)과 손범규 의원(한·고양 덕양갑)은 무려 5개 법의 제·개정을 공약했다.

 

천 최고위원은 “안산을 활기찬 중소기업 천국으로 만들겠다”면서, 노후한 공단의 기반시설을 재정비하고 첨단부가가치산업으로 구조고도화하기 위해 ‘산업단지정비 및 구조고도화특별법’ 제정, 학력 및 학벌에 대한 ‘채용차별금지법’ 제정, 정치개혁과 부패근절을 위해 ‘공직윤리법’ 개정, 불법·비리·저질 국회의원 퇴출을 위해 ‘국민소환법’ 제정,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하도급법’ 개정 등을 공약했다.

 

관심밖으로 밀린 국가균형발전법 등 공약불구 제출 안해

 

정부 법안 제출로 시기 놓치거나 우선 순위서 뒤바뀌기도

 

일부 의원 면피성 공동발의… 법안 무산땐 공동책임(?) 

 

제·개정 법안 19대 총선까지 본회의 통과 못할땐 사문화

 

손 의원도 “수도권 역차별 5대 악법 손질”을 내세우면서, ‘국토균형발전 특별법’ 및 ‘지역특화발전 특별법’ 개정, 지역의 세수확보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법’ 재개정, ‘지방양여금법’ 부활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천 최고위원은 일부 법안은 공동발의에 동참했지만 대표발의는 아직 하나도 하지 않은 상태이며, 손 의원도 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법 개정안은 제출했지만 나머지 3개는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수원 영통)와 이석현 의원(안양 동안갑), 한나라당 박순자(안산 단원을)·이화수 의원(안산 상록갑)은 각각 3개의 법안 제·개정을 약속했으나 제출한 것은 0~1개에 그쳤다.

 

김 원내대표는 광역버스노선 확충 및 노선조정을 위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과 화성복원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화성복원 및 전통문화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음식·이미용업 등 영세자영업자 지원 확대 등을 위한 ‘직능인 경제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제시했으나 대표발의한 것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1개에 불과하다.

 

이석현 의원도 흉악범으로부터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아동보호법’을 만들겠다고 했으며, 휴대폰 광고성 메시지 차단을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과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에 관한 법률’ 개정을 공약했으나 제출한 것은 아동보호 관련 법안인 ‘형법 개정안’ 등 1개에 그치고 있다.

 

2개 법안의 제·개정을 공약한 의원들은 한나라당 7명·민주당 1명 등 8명이지만, 현재까지 공약대로 2개 모두 제출한 의원은 유정복(한·김포)·백재현 의원(민·광명갑) 등 2명에 불과하다.

 

도내 의원들이 공약대로 제출한 법안 18개를 정당별로 보면, 한나라당은 유정복·손범규 의원이 각 2개,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수원 팔달)과 정진섭(광주)·황진하(파주)·차명진(부천 소사)·신영수(성남 수정)·이화수(안산 상록갑)·주광덕(구리)·김영우 의원(구리)이 각 1개 등 총 12개이며, 민주당은 백재현 의원이 2개, 김진표·이석현·원혜영(부천 오정)·안민석 의원(오산)이 각 1개 등 6개다.

 

뒤바뀐 우선순위

 

도내 의원들이 공약한 법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시급성에서 우선순위가 뒤바뀌거나 다른 의원 혹은 정부가 먼저 관련 법안을 제출, 시기를 놓친 점 등을 들 수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과 도시재정비촉진법·접경지역지원법 개정안, 공항소음 방지 및 주변지역 지원 법률안 등 지역과 밀접한 법안은 우선적으로 제출하고 나서지만 다소 관심이 떨어지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 등은 공약에도 불구하고 제·개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원유철 국회 국방위원장(평택갑)은 공약 법안보다는 ‘주한미군 이전에 따른 평택 지원 특별법 개정안’(2개)을 잇따라 제출하며 통과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있으며, 박순자 의원(안산 단원을)도 지역에 중소기업과 산업단지가 많은 점을 감안해 ‘발전소주변지역 지원 법률 개정안·‘산집법 개정안’·‘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법률 개정안’ 등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수원은 여야 의원이 비슷한 공약을 했다가 일부는 포기하고 대신 상대당 의원의 공약 법안을 밀어주는 경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은 총선에서 모두 수원공항 이전 법안과 화성 특별법안을 공약했는데, 민주당 김 원내대표는 자신이 공약한 ‘화성 특별법안’을 제출하지 않는 대신 남 위원장이 제출한 ‘세계문화유산 도시조성 및 지원 특별법안’을 공동발의했다.

 

또한 남 위원장과 정미경 의원(한·수원 권선)도 자신들이 공약한 ‘도심화지역 군용비행장 이전 지원 특별법’을 대표발의하지 않고 김 원내대표가 제출한 ‘도심항공작전기지 이전 및 지원 특별법안’에 공동발의 서명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 법안에 공동발의한 것으로 법안제출 공약을 지켰다고 하는 것은 다소 억지에 가까우며,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공동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법안이 제출됐다 하더라도 본회의를 통과해 공약대로 제·개정이 최종 이뤄질 지가 관건으로, 만약 내년 19대 총선까지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이들 법안은 일단 연기처럼 사라지고 19대 임기에 새로 제출돼야 한다.

 

김재민기자 jmkim@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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