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6·25 기억

보통 사람의 일상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쓰이는 화폐의 명칭은 ‘돈’이다. 그런데 신문이나 텔레비전 등의 뉴스매체에서는 ‘돈’이라는 용어 대신 ‘통화’라는 표현을 애용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화폐는 그것 자체로는 직접적 효용성을 확보하지 못한다. 다만 화폐로 구매한 상품을 통해서 사람들은 효용을 취한다. 즉 ‘돈’은 상품 구매를 위해 유통되는 ‘통화’ 즉 ‘통화’로 이용될 때 그 가치를 가진다. 유통 속도는 화폐를 진정 화폐로 만든다. 화폐가 유통된다는 것은 이를 이용해서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유통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행위와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생산자들의 생산 행위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행위는 경제활성화와 수준 높은 복지를 담보한다. 같은 시간 내에 더 많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더 부유한 것이라는 유물론적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의 본능적 욕구는 결국 물물교환이 가지는 시간적·공간적 한계를 극복할 수단을 만들었고 그것이 바로 ‘통화’이다. 서로 다른 상품에 대한 소비욕구의 동시성과 거리적 근접성의 확보를 전제하는 물물교환시대는 화폐사회로 진화함으로써 같은 시간 내 더욱 많은 상품의 거래와 이에 기인한 소비의 확대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저개발’에서 ‘개발’로, 그리고 ‘고통’에서 ‘복지’로 가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의견이 전적으로 옳은 것이었다면 근대는 유지되었을 것이며 1, 2차 세계대전과 현대사회로의 이동을 역사가 허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 의미의 분배 즉, ‘소득분배’의 개념 등장은 화폐의 유통 속도 확보로 인해 예견되었던 ‘가난에서 부(富)’로의 단선적 이동이 생산활동에 참여한 사람 모두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류가 경험하면서부터이다.

 

그것은 ‘가난’에서 ‘부(富)’로의 이동 대신 ‘가난한 계층’의 고착화를 통해 ‘부유한 계층’이 유지된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는 세계적인 소외계층과 그들의 불만을 잉태했다. 2차세계대전이 그 종말을 예고하던 1944년, 전쟁에 참여 중인 나라들은 인류역사상 초유의 고통을 가져다 준 재난의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국제통화기금(IMF)과 국제개발은행(IBRD)의 설립을 통해 인정했다.

 

자본주의 국가들의 모든 정치적 불안은 사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불완전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은 얄궂게도 서로 상존할 수 없는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일’과 ‘파이를 공정하게 자르는 일’ 중 어느 한 편을 지지해야 하는 선택을 사회로부터 강요받는다.

 

이러한 선택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것이 그 강도를 높일수록 사람들은 할 수 없이 어느 편에 서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6·25 한국동란 때 우리의 힘없는 양민들은 밤에는 인민군의 편에 서야 했고 낮에는 국군의 편에 서야 했다. 그리고 그 강요된 선택의 대가는 강요당한 국민이 져야 하는 기괴한 경험을 해야 했다.

 

서울시민들이 주민투표라는 행위를 통해 무상급식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둘 중 하나의 편에 서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선택을 하든 그 강요된 선택의 대가는 강요당한 서울시민이 져야 하는 기괴한 경험을 해야 할 것이다.

 

최인혜  오산시의회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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