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가로부터 살구 익는 소리 풍겨오는 초여름이다. 고려산 진달래 보러 왔던 강화의 들판은, 어느덧 작열하는 땡볕에 뿌리내린 모로 푸르게 뒤덮였다. 잘 꾸며 놓은 펜션과 갯내음 풍기는 횟집도 정겹다. 포구를 조망하는 언덕 위 마을에서 사생회 회원들과 스케치에 몰두할 때, 성난 뇌우 같은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림 그린답시고 마구 어질러놓고 가는 도시 사람들이 못마땅했던 듯, 마을 주민들이 강력한 주의를 준다. 광활한 개펄을 자랑하는 이곳 바다에 조력 발전소를 세운다고 하여 더욱 심기가 불편한 어민들이다. 그들에게 산낙지와 숭어를 사 먹었다. 그래도 덤으로 주는 밴댕이회가 정의 혈관을 짜릿하게 내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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