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폐휴대폰 속 줄줄 새는 개인정보…대책 없나

본보 취재팀, 버려진 15대서 개인정보 복구 실험

시흥시에 사는 김은혜씨(25·가명)는 얼마전 황당한 일을 당했다. 친구들과 놀러가서 찍은 수영복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것을 본 것이다.

 

해당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은 뒤 어디에도 올리지 않은 사진이었고, 얼마전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사진을 모두 지웠기에 김씨는 결국 유출 경로를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해당 사진은 얼마전 김씨가 버린 휴대폰을 통해 유출된 것으로 뒤늦게 파악됐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마트폰이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버려진 폐휴대폰이 1천만대를 넘어섰다. 이렇게 버려진 폐휴대폰은 내부에 있는 금을 추출하기 위해 폐휴대폰 수거업체에 판매되거나 중고휴대폰으로 국내외에 팔린다.

 

이런 가운데 대형마트와 지자체, 우체국, 일반 아파트 단지 등이 자원 재활용을 내세우며 수거에 나서 폐휴대폰 개인정보를 삭제해도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휴대폰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보안인증서·연인 사진 등

 

7대서 쉽게 복구 성공

 

유출 시 범죄 악용 우려도

 

본보 취재팀이 버려진 폐휴대폰 15대를 수거해 시연해 본 결과 7대의 휴대폰에서 간단한 작업만으로 삭제된 개인정보가 복구됐다.

 

나머지 휴대폰도 전문가를 통해 비밀번호를 해제하면 얼마든지 데이터 복구가 가능했지만,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돼 테스트에서 제외됐다.

 

시연은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데이터 복구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졌으며, 휴대폰을 컴퓨터와 연결해 이동식디스크로 인식시킨 뒤 복구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먼저 대학생이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1세대 스마트폰에서는 해외여행에서 찍은 사진과 가족사진, 개인사진 등 100여개의 사진과 동영상이 5분만에 복구됐다.

 

그 중에는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명함도 섞여 있었다.

 

일반 휴대폰에서도 대량의 개인정보가 나왔다.

 

여고생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휴대폰에서는 친구들과 놀러가서 찍은 사진과 동영상 20여개가, 회사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에서는 가족사진과 공인인증서가 복구됐다.

 

일부 휴대폰에는 연인들이 찍은 은밀한(?) 사진과 이력서 등 유포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정보도 들어있었다.

 

이처럼 입수자의 의사에 따라 얼마든지 악용 가능한 개인들의 사생활이 아무런 대책없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업계와 정부의 보안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도내 한 데이터보안업체 관계자는 “일반인이 휴대폰속 데이터를 완전히 지우기는 어렵다”며 “임시방편으로 휴대폰내 데이터 영역을 모두 0으로 덮어쓰기 해주는 데이터 삭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진기자 hj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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