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판교 등 주민 ‘역사적 지명’에 반발…사용 여부 놓고 ‘갑론을박’ 시끌
김포, 판교 등 2기 신도시의 마을 명칭이나 도로명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주 예정자의 거센 반발로 지역 특색이나 역사성을 가진 고유명칭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6일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신도시 내 지명 선정을 놓고 입주 예정자와 지명위원회, 원주민 등이 신도시에 걸맞는 명칭이나 역사성을 가진 고유명칭 사용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양곡지구의 경우 지난달 23일 주민 설문과 지역성을 토대로 오라니, 가오대, 구지, 마리미, 대마산 등의 마을 이름을 결정·고시했다.
각 명칭은 옛 장터, 수려한 구릉 등 역사성이나 지역의 특색을 살린 것으로 옛부터 불려오던 이름들이다.
특히 ‘오라니’는 3·1운동 시 김포 지역에서 처음 항일운동이 일어났던 ‘오라니 장터’에서 구현된 마을 명으로, 역사적 의미가 깊은 지명이다.
그러나 입주 예정자들은 대외적인 어감이 안 좋다며 이들 마을 명칭을 설문조사 순위에 따라 정해줄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김포시는 지명위원회와 입주 예정자 간 간담회를 개최했으며, 시는 현재 주민 의견에 따라 마을명 재심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최근 도로명 주소를 정하는 과정에서 연안이씨 중시조인 연성군 이곤의 묘가 있는 앞 도로명을 ‘연성로’로 정했으나 판교입주자들의 강한 요구로 지난달 30일 ‘서판교로’로 이름을 바꿨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과 성남문화원 등 지역 관계자들은 3차례에 걸쳐 시에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입주민들의 요구대로 명칭이 바뀌게 된 것이다.
연성군 이곤의 묘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三足烏) 문양이 새겨진 450여년 된 비석이 세워져 있으며, 역사적으로나 문화적 가치로 의미가 큰 지역이다.
광교신도시도 분양 당시 ‘에듀타운’과 ‘웰빙타운’ 등의 이름으로 광고했지만 호반마을, 참살이마을 등으로 영어식 표기를 배제하고 한글식 명칭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입주예정자들은 분양 시 광고했던 그대로 명칭을 유지해 줄 것을 수원시에 강력히 요구, 시는 현재 입주예정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동억 경기향토문화연구소장은 “경기도 내 각 지역이 택지개발 등으로 인해 개발되면서 고유의 역사적 명칭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각 지역의 명칭들은 지역의 특색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민족의 역사와 혼이 흐르고 있는 것이기에 개발에 상관없이 그대로 지켜지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