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은 누구의 것인가?

중요무형문화유산 보호해야

최근 중국이 우리의 아리랑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린다는 외신이 들어오자 국내 학계, 문화계, 정치계가 발끈하여 우리 문화를 빼앗는 중국을 성토하면서 동북공정에 이은 아리랑공정이 시작되었다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필자는 지금도 2004년 6월 중국 소주에서 개최된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의 고구려 벽화고분군과 중국의 고구려 역사수도 및 고분군이 다 같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극적인 장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우리는 고대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고구려 역사를 중국이 자신의 변방사로 편입하면서 중국사의 하나로 취급하는 동북공정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한 적이 있다.

 

역사에 대한 해석과 의미부여에 대한 논란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닐 성 싶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최근 캄보디아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프리히 비하르 회교사원을 놓고 포격까지 하면서 충돌하였고 급기야 태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탈퇴를 선언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유산위원회 이사국 지위까지 내놓는 초강수를 둔 바 있다.

 

중요무형문화유산 보호해야

 

중국은 수년 전, 강릉의 단오제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라가는 것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단오는 중국의 고유명절인데 어찌 한국이 이를 대표목록에 올릴 수가 있는 것인가? 이는 중국문화를 도둑질하는 행위라는 극단적 표현도 불사했다. 이에 대해 우리는 중국단오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강릉단오를 올리는 것이고 강릉단오는 중국의 것에 유래하였지만 단오의 구성과 특징이 전혀 다른 이질적 유산으로 인식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언론과 지식인 특히 민족주의 성향의 지도자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우리의 전래 민속과 문화아이콘이 중국의 대표목록에 올라가는 상황으로 역전됐다.

 

사실 현재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라가 있는 여러 유산들을 살펴보면 그 뿌리는 같지만 지역적 특이성을 갖고 있는 유사유산들이 반영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카니발이다. 유럽의 대표적 민속축제인 카니발은 서양종교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지역적으로 다르게 진화발전하였다. 벨기에 카니발과 함께 리오 카니발 등이 대표목록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단오가 아닌 ‘강릉단오’를 올렸듯이 중국도 아리랑이 아닌 ‘연변아리랑’ 혹은 ‘조선족 아리랑’이라는 명칭으로 대표목록에 신청을 한다면 이의를 제기하기 보다는 오히려 적극 협조해야할 사안이다. 우리의 아리랑이 한국의 아리랑을 넘어 지역적 보편성을 갖는 대표유산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냥 ‘아리랑’이라는 명칭으로 등재요청을 한다면 문제는 크게 확산될 수 있다.

 

한류 대표적 콘텐츠로 개발·육성

 

이번 기회에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은 우리는 진정 우리의 유산을 사랑하고 보호할 마음이 있는 것인가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유산 보호제도는 우리의 대표적인 무형유산을 수렴하고 있기 보다는 민속학, 종교학 등의 관점에서 사멸위기에 처해 있는 일부유산만을 지정하고 그 보유자를 국고로 지원하는 이른바 위험유산목록이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우리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원형과 김치, 한복 등 상징적 아이콘들을 문화재로 지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들 유산의 보호뿐 아니라 현대적 적용, 변형, 창조적 발전에 그리 큰 신경을 쓰고 있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서 날아 온 아리랑 사태를 아리랑 공정이라는 식으로 감정적 대응을 하지 말고 우리 보호제도의 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하여 진정으로 ‘살아있는 유산’, ‘혼이 담겨있는 유산’으로 재인식하고 이를 한류의 대표적 콘텐츠로 개발육성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허권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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