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지정 문화재 관리 부실 ‘서계 고택’ 담장 무너지고… 밤가시초가엔 곰팡이
경기도가 지정한 문화재들이 예산 부족으로 제대로 보수·정비가 안돼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의정부시 장암동의 수락산 등산로에 자리한 서계 박세당 고택(경기도 문화재자료 제93호).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계 박세당 선생이 기거하며 저술활동을 하던 곳으로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3월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됐지만 20일 현장을 찾은 결과, 주변 담장의 관리상태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사랑채 뒷편으로 둘린 흙담장은 절반 가량이 허물어져 있었고 그 위로 잡초와 덩쿨이 무성하게 자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담장의 자취가 남아있는 곳도 기와장이 깨져 있거나 함몰돼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담장 수리비용으로 1m 당 60만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견적을 내고 도비를 신청했지만 미반영되면서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고택을 관리하고 있는 김인순 서계문화재단 운영위원은 “지난 2000년 문화재로 지정된 이래 이곳에 대한 정비라고는 사랑채 지붕의 기왓장을 교체한 게 전부”라며 “지자체가 문화재 정비 의지가 있긴 한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양시 일산구의 정발산 동북쪽 기슭에 위치한 일산 밤가시초가도 상황은 마찬가지. 초가지붕에 올린 이엉이 썩으면서 곳곳에 허연 곰팡이가 피어 있었으며 지난주 장마를 거치면서 볏단 일부가 밑으로 흘러내려 볼썽사나운 모습이었다.
특히 이곳은 민속전시관, 관리동 등 전관이 초가지붕으로 돼 있어 1년에 한번씩 이엉 교체를 해야 하지만 지난해 고양시가 신청한 사업비 1억원이 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올해는 지붕갈이를 할 수 없게 됐다.
이외에도 시흥시 거모동에 있는 청주한씨 문익공파 묘역은 문인석상이 기운 상태로 방치돼 있으며, 소래산 마애불상은 바위가 어둡게 변색되면서 과거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도내 문화재 보수·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도내 28개 시·군이 327억원 가량의 사업비를 신청했지만 올해 도 예산에 반영된 사업비 규모는 고작 116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도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도내에 관리가 부실하게 방치된 문화재가 많지만 예산이 넉넉지 못해 일일이 보수정비를 할 수 없는게 현실”이라며 “문화재 보수·정비 예산을 추가확보하기 위해 문화재청 등을 계속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박성훈기자 pshoon@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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