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농가 '폭염과 사투' 800여 농가 한숨만

수만마리 닭들 더위에 지쳐 눈만 끔벅 800여개 농가 집단폐사 걱정에 한숨만

“뜨거운 폭염 속에 닭들이 죽을까 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한낮 기온이 33도에 육박한 21일 오후 안성시 서운면에 위치한 김모씨(51)의 양계장.

 

계사 안에서는 7개의 팬 모터가 만들어내는 바람 소리와 간간히 뿜어지는 물방울들이 더위에 지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닭들을 죽음의 위기에서 보호(?)하고 있었다.

 

긴 장마 후 수일째 계속되는 불볕더위 속에 검은색 천으로 덮인 계사는 폭염속에 흐물거리듯 보였고, 그 안에 있는 수만 마리의 닭들은 비스듬히 누워 눈을 끔뻑이거나 체온을 낮추기 위해 연신 자동급수장치의 물을 마셔댔다.

 

“장마가 끝나고 난 바로 다음날은 정말로 참담했다”고 얘기를 시작한 김씨의 얼굴에는 10년 넘게 양계사업을 하며 쌓인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3곳의 계사에서 3만여 마리의 닭을 키우는 김씨는 “양계장을 시작한 이래 지금처럼 힘든 적은 없었다”며 폐사한 닭을 묻어버린 곳을 손으로 가리키기도 했다.

 

김씨가 가리킨 곳은 지난 17일 장마가 끝난 후 급격히 높아진 온도로 인해 순식간에 폐사해버린 150여마리의 닭을 묻은 곳이다.

 

화성시 양감면 A양계 농가에서도 이번주 들어 폭염을 이기지 못한 닭 100여마리가 폐사했다.

 

A 농장 관계자는 “평소에도 계사 한 곳당 적게는 3~4마리, 많게는 10여마리 정도의 자연폐사가 발생한다”며 “그러나 이번에 시작된 폭염과 높은 습도는 예사롭지가 않아 기후에 민감한 닭들이 집단 폐사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본격적인 여름 더위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계사에 설치한 팬과 분무기를 밤낮으로 돌려 버틸 수 있지만 기온과 습도가 더 올라가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긴 장마로 습도 유지에 신경을 쓰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면서 도내 800여개 양계농가들은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윤세영 경기도육계협회장은 “닭 한마리 한 마리가 우리 가족과 같은 소중한 존재”라며 “앞으로 후덥지근한 폭염이 이어질텐데 양계농가들이 피해를 입을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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