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부평구 ‘행복육교’ 멈춰선 승강기

임산부 “긴 계단 오르다 힘 다 빠져”

區, 호우 탓하며 수리 미뤄 장애인·교통약자 불편 가중

“비가 내려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것까지는 이해하더라도 고쳐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8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동 행복육교 앞.

 

이곳에서 만난 임산부 김모씨(31)는 건너편 부평공원 방향으로 건너려다 몸이 무거운 탓에 엘리베이터 버튼을 수차례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꼼짝하지 않았다.

 

한참 지난 후 엘리베이터 한쪽에 붙어 있던 고장 표시를 발견한 김씨는 한숨을 내쉰 후 몸을 뒤로 젖힌 채 아직 비에 젖은 육교를 걸어서 건너야만 했다.

 

김씨는 “임신 중이어서 부평공원에서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려고 나왔는데, 긴 계단을 넘어가다 힘이 다 빠졌다”며 “주민들에게 행복을 주는 육교로 만들고 싶으면 관리에도 신경을 써달라”고 말했다.

 

경인전철로 갈라진 부평지역 주민들의 생활권을 이어주는 부평 행복육교 엘리베이터가 10일이 지나도록 멈춰 장애인 및 교통약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길이 49m 너비 3m 규모의 행복육교는 백운역~부평역으로 이어지는 경인전철 양측의 생활권 단절을 막기 위해 지난 2005년 15억5천만원을 들여 개통됐다.

 

특히, 인천지역 육교 가운데 처음으로 장애인과 교통약자 통행을 위한 엘리베이터도 설치됐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계속된 호우로 엘리베이터에 물이 차면서 멈춰섰다.

 

이를 수리해야할 부평구도 연이어 쏟아지는 호우만을 탓하며 수리를 미루고 있다.

 

구는 비가 계속 내려 수리 후 재고장이나 이용 중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만큼 비가 멈춘 후 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구 관계자는 “고장 사실을 확인했지만 비가 내리는 중 고치거나 수리한 후 다시 비가 내릴 경우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주민들이 불편을 겪긴 하겠지만 어느 정도는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yjunsay@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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