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유리 궁전’
외국에서 한류 열풍이 거세다면 국내에선 현재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만만치않은 조짐을 보이는 것이 있다. 인도 문화 열풍이다. 기존에도 인도 음식과 여행 등을 즐기며 그네들의 문화를 찾는 마니아층이 있었지만, 대중성을 띄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영화 부문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난 2009년 제81회 아카데미 영화제를 평정한 인도와 영국의 합작품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인도의 외교관 비카스 스와루프의 소설 ‘Q&A’(2005년)를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 이후 국내에서 약 90만 명의 관객을 모은 ‘블랙’과 비수기에 40만 관객동원에 성공한 ‘내 이름은 칸’ 등이 인도 영화에 신뢰도와 함께 그네들의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를 높인 상황이다.
실제로 오는 18일 개봉 예정인 ‘세 얼간이’는 네티즌의 폭발적인 지지로 영화 평점 1위에 오르며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국내에서 인도 문화 열풍 조짐을 보이는 표면에는 ‘인도 영화’가 자리하고, 보편적이면서도 특수성이 조화를 이룬 이야기가 그 근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에서 선보인 소설 ‘유리 궁전(올 刊)’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세계 25개 언어로 출간된 이 국제적 베스트셀러는 인도 출신의 고아 소년 ‘라즈쿠마르’의 생애를 중심으로 인도와 미얀마, 말레이 반도를 누비며 제국주의 침탈과 식민지, 전쟁, 독재로 이어지는 제3세계의 일반적인 수난의 근대사를 다룬다.
라즈쿠마르는 어린 시절 딱 두 번 보았던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영국군의 미얀마 점령이나 세포이(인도인 영국군)의 등장에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사내다.
그런 그가 목재업에 진출해 막대한 부를 쌓고 첫사랑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처럼 담담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제국의 팽창과 작동방식이 개인의 인생에 파고들어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격하는 순간 담담했던 감정선이 깨지는 충격을 준다.
또 총독부 행정관인 남편을 잃은 후 분노에 빠졌다가 무력투쟁의 불모성을 깨닫고 간디의 비폭력 노선을 따르는 ‘우마 데이’나 영국군에 봉사하다 일본군에 협력하는 그의 조카 ‘아르준’ 등 등장인물간 엇갈리는 삶은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에 대한 다층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고 인류학자이기도 한 아미타브 고시의 역작으로, 저자의 조국인 인도 특유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역사의 부침에 흔들리는 지극히 보편적인 한 인간이 투영된 라즈쿠마르가 국내 관객을 사로잡을지 기대된다. 값1만6800원. 류설아기자rsa119@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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