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서비스·일자리 지원… 소외계층 ‘함박웃음’
유기농 반찬배달 사업… 돌잔치 등 판로개척
지난해 4억7천만원 매출올려 가능성 확인
어르신들 대상 병원동행·세탁서비스 ‘호응’
푸르른 남한강 물줄기와 모래사장, 넓게 펼쳐진 청록의 들판을 바라보며 민생고를 감싸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찰이자 여주의 관광명소인 신륵사.
신륵사에서는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 등 지역 내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복지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여주 지역의 각종 자원을 활용한 사회적 기업인 신륵건강생활지원단도 포함돼 있다.
취약계층의 자립을 위한 일자리창출이라는 목표로 사회적 서비스들을 수행하고 있는 신륵건강생활지원단을 소개한다.
신륵건강생활지원단의 시작은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재가노인요양시설에서 제공되는 복지서비스들은 수급권 내에 있는 기초수급자들이나 차상위계층 등 많은 노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장기요양 등급을 받지 못했거나 저소득이 아닌 일반 노인들은 오히려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사각지대에 존재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복지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에 신륵은 서비스의 다각화와 공급 대상 확대 등을 꾀하면서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한 적합한 사업 아이템으로 사업단을 구성하기에 이른다.
신륵건강생활지원단은 주부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여주 지역 내 고향주부모임 회원들과 연계하면서 반찬, 병원동행, 세탁 서비스를 주요 사업영역으로 삼고 2008년 12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힘찬 출발을 알렸다.
신륵건강생활지원단이 제공하는 세가지 서비스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반찬배달 사업이다.
이들의 반찬서비스는 여느 도시락사업과 달리 신륵사 주변 2천100여㎡의 밭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 무, 고추, 오이, 가지, 감자, 고구마, 호박 등 다양한 유기농 재료들을 최대한 조미료를 쓰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도시락배달사업은 밑반찬 위주로 구성된 3단 도시락을 지역내 노인가정에 배달하는 것은 물론 직장인들에게도 배달할 뿐만 아니라 신륵복지재단 산하 기관들의 식사 및 집들이·돌잔치 등의 행사음식까지 다각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또 병원동행 서비스는 혼자서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병원에 다녀와야 하지만 함께 움직일 보호자가 없는 경우 차량과 요양보호사를 투입해 좀 더 수월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이동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서비스는 혼자 다니실 수 없는 쇠약한 부모님을 돌볼 수 없었던 직장인 자녀 등으로부터 인기가 높아 월평균 15회 이상 이용되지만 차량과 인력 등의 여력이 부족해 확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완전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세탁서비스는 이동 빨래방 차량을 이용해 마을을 다니며 세탁기가 없는 노인들의 빨래를 마을회관에서 대신 해드리는 것으로,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상 호응도가 아주 높은 편이다.
사업단은 출범 당시 함께 시작한 12명의 직원들이 모두 현재까지 일하고 있을 정도로 직장 내 유기적인 분위기가 형성됐으며, 지난해 4억7천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확인, 지난 5월에는 정식 사회적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특히 창출된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소년소녀가장이나 지역아동센터, 독거노인가구 등 70여명에게는 무료로 반찬을 제공하고 있는 착한 기업이다.
이석자 사무국장은 “신륵건강생활지원단을 통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취약계층에게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인터뷰 | 세 영 스님 신륵건강생활지원단 대표
“국가적인 관심이 사회적기업 성패가려”
공공기관 협조·노력 어우러져야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신륵건강생활지원단의 대표이자 신륵사 주지스님인 세영스님(57)은 때묻지 않은 환한 얼굴과 미소로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드는 인상을 소유했다. 20살에 입산해 용주사, 불국사, 해인사, 신륵사 등 국내 유명 사찰에서 37년째 불교와의 인연을 이어가며 조계종의 거목으로 자리 잡은 그는 “언젠가는 사회문제가 내 문제로 오게 된다”며 “사회적기업은 실업이나 빈곤 등의 문제를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라고 말했다.
Q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지리산댐 반대운동을 통해 입문한 불교환경연대 활동을 통해 사회복지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의 편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고루 나눠져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고, 시장원리로는 통제되지 않는 문제점들을 사회적기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Q 신륵건강생활지원단의 새로운 사업계획은.
A 김장철에 주부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절임배추사업을 시작해보려 준비 중이다. 일회용품과 같은 소모품을 공동구매하는 방향도 모색하고 있으며,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해 일자리를 더욱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 30~40명의 취약계층이 가계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Q 운영상 특별히 어려운 점은.
A 제법 잘 알려진 관광지인 신륵사와 템플스테이 등을 활용하면 사찰 음식을 특화한 체험상품 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설이 열악해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데, 공무원 등 관계자들의 협조와 이해, 노력이 한데 어우러지면 사회적기업으로서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Q 앞으로의 비전이나 사회적기업이 나아갈 방향.
A 신륵사가 사회적기업을 운영해 성공하면 다른 사찰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사회적기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광과 사회적기업을 연결하는 부가가치 상품으로 생산성과 고용을 함께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지현기자 jhle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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