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랭킹과 지자체의 책무

교육과 관련된 굵직한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교육현장에서 차분히 논의해야 할 급식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돼 어느 유력인사의 정치 행보까지 담보하라는 등 교육외적 요인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교과부는 대학졸업생 취업률을 허위 과장 홍보하는 대학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경고를 발표했다. 가장 윤리적이고 투명해야 할 교육기관이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혼탁해지자 더 이상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로 볼 수 있다.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대학평가제도도 수면 아래의 빙하처럼 커다란 사회적 후폭풍을 몰고 올 중요한 사안이다.

 

대학평가제도는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지만, 그 평가 방식에 따라 결과가 사뭇 다르게 나타나 그 효용성과 정확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등 아직까지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대학평가제도가 도입됨으로써 각 대학은 보다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무한경쟁을 불사하고 있다. 자기 학교가 국내외 다른 대학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편법, 변칙, 무리한 운영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창조적 인재는 사회발전 원동력

 

유네스코는 최근 대학총장과 교육관계자를 소집한 포럼을 개최하면서 전 세계 고등교육기관의 평가, 랭킹의 제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이리나 보쿠바 사무총장은 올바른 대학 평가는 연구 실적, 질 좋은 교육, 지역사회 공헌 등의 분야에서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웬만한 대학들은 다들 세계대학 100위, 아시아 대학 10위를 목표로 미래의 청사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질적 평가보다는 양적 평가가 중시되는 대학평가는 자칫 대학의 내적 역동성과 균형 발전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평가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논문 발표수를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인문사회분야보다 자연공학계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시아 최고의 대학이라고 발표되는 대학을 보면 주로 이공계가 강한 대학들로 구성돼 있다.

 

어떤 대학이 좋은 대학인가? 최근 유네스코에서 개최한 고등교육 평가 포럼의 주된 의제였다. 말레이시아 국립대의 샤리파프 샤하부린 부총장은 “정확한 미래 예측 능력, 그리고 끊임 없는 자기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시킴으로써 변화를 주도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라고 정의했다.

 

우리의 교육에 대한 관심은 지칠 줄 모르는 듯하다.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82%의 대학 진학률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40%, 일본의 50%에 비하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어 졸업생 10명 중 8~9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2009년 경기도 연구소의 분석자료를 보면 도내에 모두 77개 대학이 있으며 이 중 경기남부에 66개, 경기북부에 11개 대학이 있다. 38개 대학이 2년제이고 나머지 39개 대학이 4년제로 여느 타도에 비해 많은 대학을 보유하고 있다. 약 40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경기도내의 대학에서 미래를 위한 인생설계를 하고 있다.

 

우수대학 양성 지역행정 목표로

 

지속가능한 발전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인재 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발전의 동인은 사람의 능력에서 기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바람직한 사회적 환경의 조성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비중이 높은 대학을 양성하는 일은 대학당국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사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반행정 및 재정 지원뿐 아니라 각 지자체장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지역 대학이 지역사회발전의 파트너로 활용할 대상이 아니라, 우수한 인재를 육성시켜야 할 행정의 중요 목표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어도 세계화를 지향하는 경기도에서는….

 

허권  한국전통문화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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