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게임 속 혼돈에 휩싸이는 주인공 이야기
일본 미스터리 문학의 명콤비, 도쿠야마 준이치와 이노우에 이즈미의 최후의 역작 ‘클라인의 항아리’(비채 刊)가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오카지마 후타리는 닐 사이먼의 ‘오카시나 후타리(원제 The Odd Couple)’에서 빌려온 공동 필명이다. 오카지마 후타리는 1981년부터 1989년에 이르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에도가와 란포상,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등을 휩쓸며 일본 미스터리 문학사에 굵은 획을 그었으나, 이 작품을 끝으로 해체됐다.
책은 안팎의 경계가 모호한 가상현실 게임을 중심으로 혼돈에 휩싸이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 우에스기는 어드벤처 게임북 공모전에 ‘브레인 신드롬’이라는 작품을 응모한다. 그 결과, 낙선의 고배를 마시지만 작품에 관심을 표한 입실론 프로젝트라는 게임회사에 원작으로 저작권을 팔게 된다.
그리고 게임이 상용화되기 직전단계에서 테스트플레이어로 투입된다. ‘클라인-Ⅱ’라는 궁극의 가상현실 게임으로 완성돼가는 우에스기의 브레인 신드롬. 엄청난 현실감에 플레이어들은 단숨에 게임 속 세계로 빠져든다. 그러나 모니터링작업이 거듭될수록 주변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일들이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한다.
책의 제목 ‘클라인의 항아리’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단측곡면의 일종으로, 내부와 외부를 확연히 구분할 수 있는 3차원적 개념에서 벗어난 초입체를 뜻한다. 안팎의 경계가 없는 하나의 면으로 구성되어, 물을 부으면 물이 주둥이를 지나 모든 면을 적시지만 결코 차오르지 않는 4차원의 도형이다.
아직 ‘가상현실’이라는 단어가 상용화되기 이전인 1989년에 출간된 작품임에도 대담한 상상력과 함께 자연스레 영화 ‘매트릭스’와 ‘인셉션’을 연상시킨다. 값 1만2천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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