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처럼 후드득 지나간 여름 끝에 폭염이 뒷북을 치고 있다. 그래봐야 혁명군처럼 등장한 가을은 전격적으로 조석을 점거했다. 송림에 둘러싸인 천장호도 가을기색이다. 긴 출렁다리를 건너 산자락을 산책하는 것도 산뜻하다. 청양은 구기자 고추축제에 뜨겁고 전국장사씨름의 여자씨름은 특히 재밌다. 김치 만들기 체험, 보리밥 비벼먹기 체험 등의 행사가 옛 장터를 회억시켜, 막걸리 한 사발에 청양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삼켰다. 본고장 고추의 눈물 쏟는 매운맛이 짜릿하다. 들길 따라 칠갑산 장곡사에 들렀다. 하대웅전의 소박한 모습이 단아하지만 이 절이 아름다운 건 보물 네 개에 국보를 두개나 소장하고 있는 품격 때문이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