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증 특화센터 구축…농민건강 든든한 지킴이로

경기도의료원이 공공의료의 미래를 열다 <3>안성병원

70평생을 농사만 지어온 김갑수씨(73·안성시 금광면)는 ‘농부증’을 앓고 있다.

농민들이 아니면 농부증이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어깨가 결리고 허리가 아프거나 손발이 저리는 식으로 온몸 전체가 통증에 시달리는 병이다.

 

농부증은 단순히 육체노동의 영향뿐 아니라 각종 농약, 비료를 비롯한 약물접촉에 따른 후유증과 하우스 내에서 작업하는 동안 얻은 하우스병 같은 것이 복합적으로 얽혀서 발생한다.

 

농부증을 앓고 있는 농민은 비단 김씨만이 아니다.

 

50, 60세가 넘은 농민들은 대부분 농부증을 앓고 있다.

 

이같은 농부증 해결에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원장 김용숙)이 나섰다.

 

안성병원은 안성뿐아니라 여주, 이천 등 경기남부지역 농민들의 건강을 위해 농업질환 관련 특화센터 및 연구소 건립을 미래의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 지역 특성에 맞는 ‘농부증 특화센터’ 구축 절실

 

안성은 대표 특산물이 포도, 배 등 모두 농산물일 정도로 농업종사자들이 많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부분 노령이다보니 허리나 무릎이 아픈 것을 병으로 생각하지 않고 병원을 찾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주홍 안성병원 정형외과 2과장은 오전 외래진료가 끝나면 어김없이 지역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찾는다.

 

병원밖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소세영 공공의료사업 과장은 “지역 특성상 포도, 배 과수원이 많아 허리나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며 “의료진이 직접 나가서 관절염 예방 교육이나 상담을 해주니까 주민들 호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안성병원은 한달여 전 농업질환 관련 특화센터 구축을 위한 첫걸음으로 정형외과 2과를 신설, 이주홍 과장을 책임자로 앉혔다.

 

과 개설 이후 지역 주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인기도가 꾸준히 상승중이다.

 

더욱이 ‘인공관절 수술 2천례’라는 이 과장의 경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수술예약도 밀려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농부증 특화센터 구축까지는 갈길이 멀다.

 

김용숙 원장은 “농부증은 복합질환이기 때문에 다학제적 협진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병원 신축과 함께 센터와 연구소를 세우면 안성병원은 지역내 농부증 특화병원으로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안성병원 최대 과제는 신축

현재 안성병원 최대의 현안은 신축이다.

 

안성병원은 1981년 준공된 것으로 30년동안 건물은 낡고 달았다.

 

이 때문에 화장실 악취 문제는 환자들 민원의 단골 메뉴가 됐고, 낡은 병원이라는 이미지는 씻기 힘든 난제로 떠올랐다.

 

“병원의 생명은 환자 만족도에 있습니다. 환자만족도가 높아야 환자들이 다시 병원을 찾게 되는 거죠. 아무리 의료질이 좋으면 뭐합니까. 화장실(낙후된 시설) 때문에 불쾌해 하는데….”

 

손동욱 행정과장은 병원 신축의 첫 번째 이유로 낡은 시설을 꼽았다.

 

손 과장에 따르면 병원 신축의 이유는 또 있었다.

 

병실 가동률 평균 90%, 이제는 포화상태로 의자 하나 더 놓을 자리도 없다는 것.

 

손 과장은 “안성 통계를 보면 안성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49% 정도가 안성 외 지역으로 나가서 치료를 받는다”며 “병원 신축이 이뤄지면 지역내에서 이 수요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안성병원은 300병상 규모의 병원 이전·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지방의료원의 처지와 마찬가지로 천문학적인 비용(총사업비 680여억원) 때문에 벌써 8~9년째 표류중이다.

 

다행한 것은 전액 도비 출연이었던 당초 계획을 민간투자사업(BTL) 방식으로 수정, 사업 진행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BTL 사업으로 인해 병원의 재정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가뜩이나 경영수지가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20여년 동안 민간사업자에게 매년 수십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 안성의 의료사각지대 책임지는 안성병원

 

안성병원은 지역적 특성에 따른 의료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지역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인구가 많은 점을 감안한 ‘가정간호사업’이 있다.

 

간호사가 직접 환자의 집을 방문해 치료하는 가정간호사업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소세영 과장은 “간호사가 말기암환자, 뇌손상환자 등 만성질환자의 집에 직접 방문해 환자를 돌본다”며 “특히 지역 특성상 노인분들의 수요가 많아 연간 2천회가 넘는 가정간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측은 또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진료비 지원도 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 진료비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관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자활 프로그램 지원에 이르기까지 질환 재발 방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안성병원은 지역내 청소년들을 위한 병원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병원은 지난 2009년 사회복지 자원봉사 인증센터 자격을 취득했으며, 매년 방학기간을 이용해 청소년 자원봉사자를 모집, 병원체험교실을 열고 있다.

 

소 과장은 “청소년들에게 금연, 절주, 영양, 운동 등 다양한 병원 체험을 통해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사회성 발달 및 대인관계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실있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사진=전형민기자 hmjeon@ekgib.com

 

[인터뷰] 김용숙 안성병원장

"지방의료원의 공익성 확보에 앞장 서 겠습니다"

"지방의료원의 공익성 확보에 앞장 서 겠습니다"

 

"지방의료원의 공익성 확보에 앞장 서 겠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 마리를 열심히 잡다보면 나머지 한 마리도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방의료원의 숙명처럼 따라다니는 공익성과 수익성 문제를 두고 김용숙 원장은 공익성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지방의료원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입니다. 직원들의 무사안일주의, 낙후된 시설·장비로는 주민들에게 믿음을 줄 수 없습니다.”

 

김 원장은 “현상황에서 다른 대형병원들과 경쟁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며 “대신 공공의료기관으로써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의 일상에 깊숙히 파고 들어가 감동을 줄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주민들이 의료원을 다시 찾게 된다는 것.

 

김 원장은 의료원의 신뢰 회복을 위해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의 무사안일주의부터 바꿔나갔다.

 

“사실 안성병원 응급실은 환자가 거쳐가는 정거장같은 곳이었습니다. 그래서는 환자가 안성병원에 올 필요가 없는 거죠. 응급실로 오는 환자를 진료파트에서 소화하지 못하면 경고하고 반복될 경우 퇴직 조치까지 취했지요.”

 

이같은 김 원장의 강력 조치는 직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명절 응급실 당직을 자처하고 직접 수술까지 하는 김 원장의 모습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술 수준은 더 심각했죠. 취임 초기에는 건수를 올리기 위해 아주 경미한 찰과상 환자를 수술실로 데려가 꼬매는 정도였습니다.”

 

김 원장은 현재 안성병원 의료진의 수술 수준에 대해 장비의 성능을 감안하면 대학병원 수준의 수술이 가능할 정도가 됐음을 자부했다.

 

김 원장은 “현재 병원의 가장 큰 현안은 이전 신축이지만 언제까지나 감 떨어질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차근차근 신축에 대비해나가고, 지역주민들의 신뢰를 쌓아 나간다면 병원 규모가 커지더라도 건전한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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