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백령도 방호사업 ‘정신 못차린 軍’

방호진지 규격미달 자재 사용 설계·모의실험조차 안해… 서북도서 전력화사업 제동

연평도와 백령도 일대 방어시설을 강화하는 서북도서 방호사업이 정부의 부실 설계 및 공사 등으로 인해 제동이 걸렸다.

 

6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한 이후 올해 3월부터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북도서지역에 300억원 상당의 예산을 들여 K-9 자주포 방호진지 등을 구축하는 서북도서 전력화사업 시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 감사 결과 국방·군사시설기준 규격에 어긋나는 자재를 사용하도록 설계된데다 모의실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주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9 자주포 방호진지는 500파운드 폭탄이 12m 근접거리에서 폭발할 경우 구조물 파형강판 두께가 5㎜ 이상이어야 충격에 견딜 수 있고, 122㎜ 방사포 직격에는 7㎜ 이상이어야 안전한데도 연평·백령지역 방호진지는 강판두께가 4㎜에 그쳐 파형강판을 사용하도록 설계돼 포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국방·군사시설기준이 정한 150㎜×50㎜와 380㎜×140㎜ 규격 이외에 강판 이음부의 강도 등 제품성능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400㎜×150㎜ 파형강판을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서북도서 전력화사업은 특별건설기술심의위원회가 모의실험을 하는 등 폭탄 공격에 안전한지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도 모의실험을 하지 않은 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고 있던 박격포·토우진지 구축사업 모의실험 결과를 허위로 제출했다 뒤늦게 적발됐다.

 

이로 인해 설계 변경 및 바닥 기초 재공사 등이 상당 기간 지연되는데다 이미 공사를 시작한 방호진지 2곳은 재시공이 불가피, 예산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관계자들을 징계 처분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관계자들은 공사가 시급해 모의실험을 생략하고 차후 실시할 예정이었다고 했지만 모의실험 결과는 심의대상이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규격에도 어긋나는 제품을 쓴 점 등으로 미뤄 특정 업체 제품을 사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부 관계자는 “절차상 실수는 있었지만 업체와의 유착 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미경기자 kmk@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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