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사회가 고민하는 것의 하나가 창의적인 사고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말하듯 우리 문화의 치부로만 여겼던 ‘빨리빨리문화’가 큰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를 가지고는 우리 사회의 발전을 더이상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하는 고민은 단지 삼성 만의 고민이 아니고 바로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발전은 선진적인 생각을 빌려오거나 베끼거나 해도 값 싸고 질 좋고 그리고 정신이 잘 무장된 노동력으로 산업화를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엄청난 부의 축적을 이룰 수 있었다. 물론 현재에도 여전히 그런 과정은 진행중이다. 그렇지만 지난 몇 십 년 동안 이뤄진 전 세계 국가와 산업의 부침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들이 많다. 창조성에 기반하지 않거나, 글로벌 사회의 문화패턴을 바꿀 수 있는 창의적인 저력이 없으면 쇄락의 길로 접어드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창의적인 사고가 많아지려면 두 가지 다른 형태의 생각들이 많아져야 한다. 하나는 융합적인 사고이고 다른 하나는 환상적인 사고이다. 발명은 그 이전에 존재하던 것에 약간의 새로운 것이 가미되는 것이고 이것이 문화의 법칙이라고 할 정도로 보편적인 것이다. 새로운 것이 가미되는 것 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다른 생각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만드는 생각융합이다. 그리고 환상적인 생각은 현재 존재하지 않은 설정을 과학적으로 검증이 불가능하지만 상상적으로 설정해 가는 사고이다. 최근 우리가 즐기고 있는 영화 중에서 오래된 것으로는 스타 워즈나 쥬라기 공원 등이 있고 근래에는 해리포터나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가 바로 이러한 생각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고 이와 유사한 영화속 설정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환상적인 사고는 어떻게 보면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생각이 단지 영화산업의 주제라고 보기보다는 창의적 사고의 첨단이자 미래 산업화의 예견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창의적인 사고는 강박적인 환경 속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시간적으로 강박관념을 가진다면 작은 문제의 해결은 이뤄질 수 있을지 몰라도 문화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다. 이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빨리빨리문화’도 중요하지만 유유자적문화가 새롭게 부각되어야 그동안 우리사회가 빠르게 성장해 오면서 쌓인 우리 생각의 ‘버그’들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만들어 지고 있는 것이 슬로시티다. 앞으로 창조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엉뚱한 생각이나 몰입된 놀이가 많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인 여유가 필요한 것이다.
본래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는 이러한 창의를 위한 여유가 숨어 있었다. 화랑도의 교육을 보면 젊은이들이 산천명소를 다니면서 심신수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전통의 오락문화에서도 창의적인 특성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어느 통계에서는 역사 속의 발명 건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이뤄졌다는 문명사가의 평가도 있다. 이것은 우리 전통문화가 가진 여유 속의 창조능력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흔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놀이는 새로운 생각의 온상’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놀이의 자유와 여유가 주어지지 않으면 많아질 수가 없다. 우선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젊은이들이 잘 놀 수 있는 공간과 문화구성이 우리 미래사회의 관건이다.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장·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 위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