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균의 스케치여행) 메밀꽃 필 무렵

‘들에는 곡식 냄새에 섞여 들깨 향기가 넘쳤다. 들깨 향기는 그윽한 먼 생각을 가져 온다’ 나는 지금 들깨 향기에 젖은 분녀처럼 메밀꽃 향에 젖었다.

서른여섯 청춘에 삶을 다한 이효석, 그가 메밀꽃으로 쓴 문학의 향기는 긴 세월 보낸 지금까지 그리움의 잔해로 남아 있다. 봉평은 온통 메밀꽃으로 물들었다. 엽서를 쓰면 무료로 보내주는 행사가 눈길을 끈다. 예쁜 메밀꽃 엽서를 들고 주점에 앉았지만 마땅한 수취인이 없어 망설이다가, 메밀전병에 메밀 막걸리 한 사발 넘긴 후 몇 자 적어 빨간 우체통에 보낸다. 퇴화된 전설, 친구 같고 연인 같은 가을의 대명사 ‘그대’에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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