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즐길거리, 공연·체험 프로그램 풍성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21일 오후 6시 경기 과천시 시민회관 야외무대. 기타 연주와 노래 소리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 둘 멈춰 섰다. 마당극 형태로 공연된 극단걸판의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가 제15회 과천한마당축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기 때문.
옹기종기 모여 앉은 관중들은 이웃을 경계하는 삭막한 현대인의 삶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음악을 곁들여 유쾌하게 그려내자 공연 내내 여기저기서 폭소와 갈채를 보내며 공연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같은 시간 주 행사장인 시민회관 잔디밭에는 곤충과 민물고기, 병아리, 토끼 등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자연생태 및 신재생에너지 체험관’이 마련, 오가는 관중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자전거 페달을 돌려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믹서기를 작동시키는 ‘자전거 발전기’와 온실효과를 재밌고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에어벌룬’에는 이를 체험하려는 아이들로 줄이 끊이지 않았다.
‘자전거 발전기’를 체험한 정지문(10·청계초3) 학생은 “믹서기 작동을 위해 계속해서 페달 밟기가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신기하고 재밌었다”며 “앞으로 깨끗한 자연환경을 위해 에너지를 절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체험 부스엔 우리나라 전통놀이인 ‘투호놀이’를 비롯해 베트남의 ‘오안관’, 캄보디아의 ‘라응탄소놀이’, 필리핀의 ‘가당가당’ 등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세계 각국의 민속놀이 체험마당이 펼쳐졌다. 관광객들은 서툰솜씨나마 처음 접한 각국의 민속놀이 체험 삼매경에 빠졌고, 이 체험부스 진행을 맞고 있던 다문화가정 이주여성 자원봉사자들은 자국의 놀이 방법과 궁금한 점 등을 자세히 설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캄보디아 출신 이수빈 자원봉사자는 “다양한 나라의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서로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캄보디아의 문화도 알리고 소개할 수 있게 돼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행사장 곳곳을 오가며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축제가 원할이 진행될 수 있도록 쉴새 없이 뛰어다니는 ‘거리아띠’(거리예술과 우리말 아띠의 합성어)의 모습.
고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이들 거리아띠는 객석·무대 진행, 공연장 출입관리, 통역과 행사 안내 등 축제장 곳곳에서 축제 참여자 및 관람객들의 불편을 해소, 축제와 시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 축제를 보고자라 올해부터 거리아띠로 활동하게 됐다는 박혜진 씨는 “거리아띠는 자원봉사자라는 소속을 떠나 마치 한 가족 같은 분위기”라며 “자원봉사자 중에는 몇 년 째 계속해서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도 많고, 이들 대부분은 축제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애착이 깊다”고 귀뜸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무렵, 주행사장에는 1001개의 또 다른 태양에 불을 밝혀지기 시작했다.
설치미술인 토버스펠(벨기에)의 ‘1001개의 빛’이 하나둘씩 불을 밝히며 또 다른 공간으로 변모된 과천시의 모습을 비춰냈다.
이 무렵 풍물패의 경쾌한 우리가락 연주가 행사장을 가득 메우며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끌어 올렸다. 경기재담소리연희단이 익살스럽고 재치 있는 경기도 전통 재담인 장대장타령을 통해 축제의 서막을 알린 것.
경기재담소리연희단은 자신이 무당임을 숨기고 장대장과 결혼을 한 여인이 우연히 굿판을 보고 신명을 못 이겨 한바탕 노는 장면을 허봉사에게 들키면서 벌어지는 대소동을 그린 장대장타령을 통해 깊어가는 가을밤 우리가락의 정겨운 매력과 함께 관중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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