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병원, 산업체 특수 검진… 산재 미리 차단

경기도의료원, 공공의료의 미래를 열다 <5>

3시간마다 1명이 죽고 5분마다 1명이 다치는 나라, 산재사망 OECD 1위인 국가, 안타깝게도 한국의 산업현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큰 문제는 산업재해 80%를 차지하는 중소영세 사업장의 대다수가 안전보건대행기관에서 작업환경 측정 및 건강검진을 대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대행기관이 사업주와 결탁해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근로자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이에 지역내 산업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 포천병원(병원장 황혜헌)이 직접 나섰다.

 

포천병원은 최근 산업의학과를 개설, 지역내 3천여개 산업체 근로자들에게 산업질환에 대한 전문진료와 특수검진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포천병원 산업체 특수건강검진센터는 지난 5월 문을 연 건강증진센터내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정밀청력검사실, 폐기능 검사실 등 각종 특수검진에 필요한 장비들을 완비했을 뿐만 아니라 산업의학과 전문의의 전문진료상담을 받을 수 있다.

 

산업체 특수건강검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유해인자에 노출되는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유지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실시토록 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1인 이상 사업장으로서 분진, 소음, 화학물질 등 직업병 발생 원인이 되는 유해인자 177종에 노출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그 대상이 된다.

 

정부는 특수건강진단을 시행하지 않은 사업자의 경우 근로자 1인당 20만원의 과태료를 최대 1천만원까지 부과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강력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영세사업장은 검진을 꺼린다. 검진 때문에 잠시라도 공장을 멈추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더욱이 포천 인근에는 산업체 특수검진기관이 없었기 때문에 산업체들이 외부기관을 부르거나 멀리 의정부까지 나가서 검진을 받아야 했다.

 

검진으로 인한 업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포천병원은 특수건강검진센터 개설과 함께 산업현장에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이동검진차량을 운영할 계획이다.

 

김봉환 행정과장은 “이제는 포천시 및 인접 지역 산업공단내 근로자에 대한 특수검진 및 전문 진료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며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정직하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산업재해 사전 예방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천병원은 16개 진료과에 지역응급의료센터를 갖춘 종합병원 규모로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각 과 의료진들은 서울 등지에서 내노라하는 명문의대를 졸업한 우수 의료진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고영채 산부인과 과장은 공중보건의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포천병원에서 근무했다.

 

말그대로 포천의 ‘산파’ 역을 해온 것. 포천병원 산부 인과는 전국 의료원 가운데 최고의 분만율을 자랑한다. 연 500여건으로 이는 포천에서 태어나는 1천100여명의 신생아 중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황혜헌 원장은 “전국의 산부인과들이 수익성과 위험성 때문에 분만을 꺼리는 상황에서 포천병원 산부인과는 지역내에서 독보적인 위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포천병원 산부인과 역시 여느 지방의료원 산부인과와 마찬가지로 폐쇄 위기에 있다.

 

현재 고영채 과장은 병원에 상주하면서 신생아를 받고 있다. 혼자 1년내내 비상근무체제다. 그렇다고 재정적자 때문에 의료진을 더 늘릴 수도 없는 실정. 고 과장이 그만두면 고된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황 원장은 “이대로 계속 가다가는 포천주민들이 의정부까지 나가서 애를 낳아야 할 날이 머지 않았다”며 “지역 주민들의 의료 편의를 위해서도 포천시나 경기도의 지원이 필수적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천병원은 전국 공공보건의료기관 평가에서 2년 연속 ‘최우수’ 병원으로 선정될 정도로 지역주민의 요구에 맞는 공공보건의료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특성화 사업 중의 하나로 재활의학센터의 문을 열었다. 재활의학센터는 앞으로 지역내 2천여명의 중증장애인의 재활 치료를 전담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동한 전문치료기관이 없어 서울이나 의정부 지역으로 통원치료를 받아왔던 불편함과 의료비용 과지출을 해소시킴은 물론,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전문진료상담을 통해 중증도 높은 환자들이 다양한 전문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활의학센터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공공보건의료사업으로는 ‘외국인근로자 등 소외계층 무료진료 사업’이 있다. 영세사업장내 외국인근로자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 법적으로 신분이 보장되지 않은 불법체류자 등의 의료사각지대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다.

 

양승균 공공사업과장은 “처음에는 신분적 불안때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이 병원을 찾는 것을 꺼렸다”며 “하지만 여권이나 실명을 요구하지 않는 등 외국인근로자들이 신분상 불안해 하지 않도록 유도함으로써, 이제는 매년 300명 가까운 외국인근로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은 포천시 모든 주민들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포천시민을 위한 CPR(심폐소생술) 아카데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방문간호 및 취약계층 가정간호사업’을 비롯해 ‘고혈압·당뇨의 조기발견 및 등록관리’, ‘무의탁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의료취약계층 무료간병 서비스’, ‘행복한 미래 즐거운 산모교실’ 등을 시행하고 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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