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작자 미셸 우엘벡, 이번엔 병든 예술계 겨냥

‘지도와 영토’ 출간

‘지도와 영토’(문학동네 刊)는 프랑스 작가 미셸 우엘벡에게 2010년 공쿠르 상을 안긴 작품이다. 우엘벡은 그동안 상복이 없었다. ‘투쟁 영역의 확장’(1994)을 시작으로 ‘어느 섬의 가능성’(2005)에 이르기까지 그는 노골적 성애 묘사와 직설적으로 뿜어대는 인종차별 문제, 사회주의와 페미니즘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 의식을 드러냄으로써 독기 가득한 문제적 작가로 치부된 반면 다수의 문학상에서 번번히 제외됐다. 그런 의미에서 ‘지도와 영토’는 어떤 면이 후한 점수를 받은 것일까.

 

주인공은 결혼식 사진 등 상업 사진을 찍으며 살아가는 제드 마르탱이다. 그는 우연히 접한 ‘미슐랭 지도’에서 영감을 얻어 프랑스 전역을 담은 ‘미슐랭 지도’를 카메라에 담는 데 주력한다. ‘지도는 영토보다 흥미롭다’는 주제로 전시회를 연 그는 예술가로서 성공가도를 달린다.

 

하지만 예술품 가치를 시장에서 가늠하는 데 염증을 느낀 그는 7년 공백기를 거쳐 화가로 거듭나 또다시 돈방석에 앉게 되지만 7년 전에 느꼈던 공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새롭지 않으면 소비되지 않는 자본주의 속성이 침투해버린 ‘병든 예술계’를 그리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 자신이 예술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소설속 인물 ‘우엘벡’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카메라 사용설명서를 읽던 제드가 “1년 뒤엔 새로운 상품이 이를 대체할 것”이라며 공산품의 비애를 얘기하면 곁에 있던 우엘벡이 “예술도 다를 바 없다”고 받아친다. “우리 역시 상품이오…문화상품. 우리도 곧 한물간 신세가 될 거요. 공산품들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말이오.”(205쪽)

 

이렇듯 작가는 작중 인물 우엘벡을 통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장소미 옮김. 값 1만4천800원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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