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불어난 특혜 요구 재미는 선출직, 부담은 시민 몫
“이유가 있습니다. 연세대 송도 캠퍼스 때부터입니다. 인천시가 캠퍼스 건립비로 3천억 원을 주기로 한 게 사달입니다. 이후 모든 대학들이 인천시의 사례를 모델로 들이댑니다. 해도 너무 하는 요구입니다. 결국, 그때부터 전국의 모든 대학 캠퍼스 유치는 중단된 걸로 봐야 합니다.”
A는 하남시청 공무원이다. 그의 업무는 중앙대 캠퍼스 이전이다.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그런 그의 입에서 지치듯 푸념이 나왔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라는 말도 했다. 같은 업무를 하는 다른 지자체 공무원들의 얘기도 비슷하다. 도대체 대학캠퍼스 이전의 어떤 면이 그들을 지치게 하는 것일까.
해도 너무하는 대학의 욕심 때문이다.
중앙대가 골라잡은 하남캠퍼스 부지는 국방부 소유다. 미군부대가 이전해 가는 공여지 30만㎡다. 현재 감정가로 3.3㎡당 100만원 안팎이다. 이 땅과 바로 경계에 있는 땅의 현재 시세는 700~800만원. 부지 매입에 이은 규제 해제와 동시에 1천만원 가까이 뛸 게 뻔하다. 매입과 동시에 10배 이익, 웬만한 기획부동산도 달성하기 어려운 수익률이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하남시를 두 손 들게 한 건 중앙대의 개발계획이다. 시는 애초 28만㎡ 정도의 캠퍼스를 기대했다. 그러나 계획내용은 달랐다. 캠퍼스는 19만㎡에 불과했고 나머지 공간은 수익사업으로 채워졌다. 수익사업이라면 아파트, 상업시설 등이다. 이쯤 되면 차라리 미니 신도시 계획이다. A는 그래서 ‘해줄 수 없고, 해줘서도 안 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평택에 온다던 성균관대는 더 하다.
대학이 시에서 사기로 한 땅은 117만㎡다. 이 부지를 만드는데 들어갈 예산은 3.3㎡당 230만 원이다. 이 땅을 60만 원대에 넘겨받기로 했다. 시민의 혈세 8천130억 원으로 만든 땅을 사학재단에 710억 원에 주는 것이다. 굳이 개발 후 땅 값 상승까지 갈 것도 없다. 부지공급 자체가 이미 매머드급 특혜다.
김선기 시장은 “올해 평택시가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은 100억원 정도”라고 말한다. 그의 계산대로라면 성균관대에 주는 특혜는 평택시 가용예산의 75년치다. 그래서 그 특혜의 폭을 줄여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대학이 ‘이전할 생각 없다.’라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김 시장의 얘기가 틀렸는가.
중앙대와 성균관대는 그저 예일 뿐이다.
경기도에 온다던 다른 대학들이 다 그렇다. 정확히 2009년부터다. 인천시가 연세대에 제시한 파격적인 조건-부지 공급 외 건축비 3천억 원 지원-이 알려진 뒤부터 이렇게 됐다. 땅값 이익은 기본이고, 건축비에 +α가 추가됐다. 2009년 이전에 MOU가 체결됐던 이화여대, 광운대, 서강대, 중앙대, 국민대의 이전이 모두 무산되거나 중단된 게 그냥 우연이 아니다.
이런 게 담당 공무원 A를 지치게 만든다. 끝도 없는 대학의 특혜 요구, 여기에 MOU에 발목 잡힌 선출직의 입장, 그리고 눈에 어른거리는 시민들의 눈총까지….
어느 선대 사업가가 ‘니 돈이면 그렇게 썼겠어’라고 했다. 대학 캠퍼스 유치에 매달리는 선출직들이 귀담아들을 얘기다. 대학 유치의 재미는 선출직의 몫이다. 그 재미를 위한 특혜의 부담은 시민의 몫이다. 선출직은 MOU만 이행하면 끝이지만, 시민은 그 뒤에 남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말도 안 되는 도시계획, 어이없는 특혜. 이런 게 고스란히 시민에게 남을 부담이고 빚이다.
선출직 본인들 돈이면 이렇게 막 퍼주겠나.
경기도는 그래도 자신 있어 한다. 엊그제는 ‘12개 대학 유치가 잘 되고 있다.’라고 발표까지했다. 그래서 계속 지켜볼 참이다. 계속.
김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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